계절이 바뀔 때

일상 & 작은 생각들 2017. 8. 15. 14:30

때늦은 장마처럼 추추추~ 비가 내리고,
안개낀 듯한 바깥 풍경에 입추도 지났다~하니  가을인 듯한 느낌.
이러다 다시 맹렬히 더워질지도 모르겠지만.

계절이 바뀐 것 같아
정수기의 냉수버튼은 끄고, 온수버튼을 켠 후 메리골드 차를 마시기 시작.
여름 내 사용하던 얇은 이불도 세탁장으로.
하지만 모기장은 아직 벽에 붙여 놓았다.
어딘가 숨어 급습을 할 때 잘 세탁해서 접어둔 걸 다시 꺼내긴 귀찮으니.

올 해  나를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정작 아무 것도 보지못했던 발바닥.
눈이 많이 보고 느껴 주길 바랬는데
눈은 대강대강 지나치며 머리에 달려 얼렁덜렁
황소등에 탄 쥐처럼 살았다.

메리골드 차를 들고 선 곳은 최근 가치를 알게된 부엌쪽 베란다.
그렇게 오래 지냈던 P시의 아파트ㅡ
거쳐가는 곳, 어쩌다 쉬는 곳으로만 여겼던 이곳을 내년에는 떠나게되는데
이제서야 진가를 알게 되다니...
웬간한 강남아파트에선 절대 나오지않는 뷰. 거실 쪽도 그렇지만 부엌쪽 베란다에선 우거진 수풀이 넓게 펼쳐져있는.

아주 덥던 날,
틀어놓은 선풍기와는 다른 방향의 바람이 느껴져  찾아보니 부억쪽 베란다 문이 열렸을 때 들어오는 바람.
그곳엔 음식쓰레기통을 놓아 주로 닫아놓았던.ㅡ
음식쓰레기통을 치우고, 유리창은 닦고,
바닥까지 깔끔히 치우고, 긴의자 하나 가져다 놓는다면, 정말 좋은 휴식장소인 것을 이제야 알게되었다.

새것,비싼 것, 누군가가 좋게 만들어 놓은 것에만 눈길 주느라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너무 뒤늦게 알아챈.

인생의 남은 시간엔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지... 사람, 시간, 이미 가진 것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