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작은 생각들

쓸쓸한 모자

opento 2020. 6. 2. 23:23

친구가 상가를 보러가는데 같이 가자해서 나들이 삼아 따라나섰다.
지금 살고있는 아파트를 소개한 중개인이기도 한 60대의 실장과 그녀의 아들이 우리를 안내했는데 그들을 보면 짠하다.
그녀는 이름있는 고등학교를 나왔고 똑똑한데 집안 형편상 생활전선에서 뛰어야했고 아들도 명문법대를 나왔으나 고시를 넘지못해 결국 부모 사무소에서 일하는데 기가 많이 꺽여있었다.
지역을 둘러보기까지 왕복 두 시간이 걸리는 곳을 그 아들이 운전하면서 네 명이 갔다왔지만 2~3년 전에 그녀가 이미 나를 그곳에 데려갔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고 굳이 환기시키지 않았다. 그간의 상권변화를 볼 겸 따라간 것.
그때보다는 나아졌으나 아직도 취약하고 보러간 구분상가는 3 년 째 비어있는데 같은 건물의 다른 방향 상가들은 제법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정도.
돌아와 차에서 내릴 때 급한 전화가 걸려와 그 모자에겐 잘 봤다는 눈인사하고 헤어졌는데 미안하고 고맙기도 해서 제과점에 가서 조금 사서 사무실에 갔더니 모자가 한쪽에 나란히 앉아 배고픈 표정으로 과자를 먹고있었다.
그럴 필요없는데 하며 성격이 깔끔해서 그러신다 하면서도 좋아했다.
cold call 을 응용하여 cold visit 이라는 말이 있나 모르겠는데 성사가 되기 전엔 무수히 서비스로만 끝나는 중개업이라 마음의 상처도 많을 듯.
두 모자의 모습이 몇 번 떠올랐다.날개를 펴지못한.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사업이 잘 자리잡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