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to 2020. 6. 12. 08:48

아파트 건너 동에 사는 친구와 우리 집의 남편들이 출장 중이었던 어제.
집에 있던 맥주 2 캔,돗자리, 과일, 육포를 준비하여 세빛섬으로 걸었다.
언제 만나도 이야기가 잘 흘러가는 편한 친구.
그래도 아무 때나 함부로 불러내지는 않는다. 카톡으로 오전에 문자 넣어 저녁 식사 후 시원한 강쪽으로 나가자 하니 오케이.

친구는 평소 아파트 중앙공원에 자주 나와 앉아있으면서 우리 집을 올려다보며 나를 불러낼 까 싶다가도 혹 방해될 까 싶어 그만 두곤 한다고.
내가 요기조기 잘 다니고 뭔가 배우러 다닌다고 오해스런 생각을 하게끔 떠벌인 탓도 많을 듯.

세빛섬 한 구석에 한적하고 강바람이 잘 불어오는 곳에 돗자리 일부를 좁게 펴고(방석 정도)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하는데 바로 앞엔 강물이 넘실넘실 흐르고, 반포대교 ,건너편 첼리투스 불빛.
크루즈 선상이래도 손색이 없는 피서이다. 시원한 한강 바람을 정면으로 맞아 사자머리가 되었다.
혼자서는 지루해서 절반도 못먹는 맥주를 각자 한 캔을 비우며 이야기 나누곤 집에 오니 9시반. 치킨과 술을 마시며 큰 소리로 가득한 둔치 근처의 가게는 손님들로 넘치는데 튀김 기름 냄새가 역하다. 그래도 만남의 장소로 적당한 지 겨울에도 붐비는 곳. 친구와 나는 실속있게, 조용하고 차분히 시간을 보낸 셈이다.
집에와서 뭔가 더할까 하다 잠자리에 들어봤다. 그런데 잠들었다. 눈을 뜨니 아침.
이런! 야행성인 내가 이렇게 새나라 아줌마처럼?
흐르는 강물을 앞에 두고 흘러가는 일상을 두런두런 이야기하다보니 잠결도 편안히 흘러갔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