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to 2020. 7. 6. 20:22

오전 녘에 친구 밭에서 블루베리를 1시간 정도 땄다. 친정 집 땅을 놀리기가 아쉬워 7 년 전에 50여 그루 작은 묘목을 심은 것이 3 년전부터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고. 다른 한 쪽에선 아로니아가 한창 자라고 있어 7월 말에 또 오기로.
5 명이 차를 같이 타고 가며 그 곳에 자리잡은 그 집안 이야기를 들으며 새로운 장소에 친숙해지고, 따는 동안 그리고 얼마나 끝까지 따고있는 지 등을 보며 평소 앉아서 대화할 때는 잘 드러나지 않던 욕심이나 심성도 관찰하고.
아파트가 바로 앞까지 밀고 들어와 조상대에 살았던 터전들이 후손에게 막대한 부를 가져다 주는 현상을 목격했고.
과수 아래 쪽 흙에도 촘촘히 들깨를 심는 등 땅자락을 최대한 활용하는 부지런함, 알뜰함에 평소의 게으름도 반성 했다.
그 중 한 명이 지인이 보냈다며 정원에 가꾼 꽃 사진들을 보여주는데 생각과 정성을 들여 잘 디자인한 꽃밭 사진을 보는 것 만으로도 품성이 느껴졌다.
플라스틱 물병에서 싹을 틔어 나무젓가락을 타고 오르던 나의 작은 강남콩 줄기는 이틀 전 화분으로 옮겨졌는데 조금 전에 들여다보니 새로운 환경이 낯설었는 지 잎사귀들이 힘없이 쳐졌으나 가는 줄기가 나무 젓가락을 꼭 붙잡고 있었다. 마치 난간에 매달린 듯. 화이팅! 하며 살짝 쓰다듬어 주었다.
부엌 창가에 놓아둔 바실 씨앗들도 며칠 만에 전부 싹이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백화점에서 선물로 주는 두툼한 봉투가 전부 씨앗인 줄 알고 받지않겠다고 했더니 흙봉투에 정작 씨앗은 6~7알이라 하여 심었더니 3~4일만에 싹이 밀고 올라오고 있다.
어느 정도 키워놓은 화분을 구매한다거나 , 아파트 단지에 손질된 나무들 사이를 산책한다거나 , 산에서 비.바람 맞으며 자생한 숲길 오르기 등 초록은 보여지는 것이지 내가 협조하여 만들어가는 대상이 아니었다. 수많은 초록세상이 수많은 사람들과 협업하여 만들어지고 있으며 성장속도도 가차없어 나같은 게으름뱅이가 허우적거리는 사이 '시간'을 타고 획획 오고가는구나 새삼 깨달았다.
엄청난 초록 엽록소 세상 속에서 생명이 싹트고 이어져나가는.
내가 시골에 살았다면 바람 잘 통하는 방에 누워 농산물은 말라가고 그러다 장마지면 '일하기 싫었는데 잘 됐네 다 쓸어갈 핑계 생겼으니...' 하며 콸콸콸 휩쓸려 내려가는 도랑물 소리를 그마저도 '누워서' 듣고있을 듯.
좋은 농부가 되지 못하면 기술시대에서도 잘 살 수 없을거다. 게으름이 근본으로 또아리 틀고 있으니. 생긴대로 살지 뭐.
그래도 조금 노력은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