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to 2020. 7. 12. 12:38

친정엄마와 같이 그랜드캐년에 갔었을 때 미국인이 다가와 엄마를 가르키며 '혹시 너희 나라에서 유명한 배우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장소에 어울리지 않게 성장을 하고 있어서 그랬던 듯.
어렸을 때 서울의 큰 극장에서 친정엄마와 영화를 보고 나오려는데 누군가 갑자기 엄마보고 유명한 배우라고 이름을 불러 주위가 술렁거렸던 기억도 난다.
요즘엔 없지만 지하철에서 행인들 사진을 찍고 사라던 시절이 있었는데 친정엄마는 종종 잘 찍혔다. 눈에 띄게 차려입은 옷 때문이라 생각된다.
엄마의 지인들 모두 엄마보고 멋쟁이라고 했으니.
주위 사람들에게 눈에 띠는 스타일이긴 해도 집안에서 우리는 엄마가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익숙한데다 겉모습보다는 성격부터 다가와서 그럴거다. 매일 같이 살면서 '예쁘다'고 느낄 식구는 천진난만, 꾸밈없는 어린 아이들 정도가 아닐 지.
요즘 길거리에서 보면 낮은 신발, 편한 옷을 입는 모습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명품세일할 때 줄서기도 만만찮지만 그래도 자기 형편대로, 깔끔히, 편하게 입고 살아가는 인상을 받는다.
친정엄마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도 아무렇게나 입고 다니지는 않는 편이다. 그런데 남의 눈 의식하지않고 소탈하게 옷을 입는( 잘 살면서도) 몇몇 지인을 보면 자존감이 높아보여 보기좋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는 사람으로 여겨지고.
언제 어디서나 비싼 옷을 입는 이보다는 상황에 따라 옷을 입을 수 있는 사람이 옷에 대한 센스가 있는 사람일거다.
센스가 발달되지 않았으면서도 남에 대해 사치한다거나 머리가 비었으면서 허황되게 가꾸는 것에만 신경쓴다는 비판을 하는 사람에게도 동조할 수는 없다.
잘 씻지않아 곁에 있으면 냄새가 심한(집에서 오일 마시지를 한 후 쌓인 냄새가 집안에 배고, 옷가지, 모든 소지품에서 난다) 사람이 있는데 샤워 습관은 처음부터 들이지 않았고 목욕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하는 지..
선글래스 구매를 도와주었더니 사진 찍은 후 하는 말이 자신이 40대처럼 보인다고 너무나 큰 착각.
자기애에 묶여있는 사람이긴 한데 그 틀 안에 갇혀 나오지 못한다.

마음이 허해서 하는 사치와 게을러서 센스가 없는 거, 둘 다 문제이다.
옷치장 후 외출해서 지인들의 칭찬을 받으려 치장한다면 실속없는 삶이긴 하다. 시사회장 연예인처럼 보여지기 위함으로 끝나면 말이다.
씻지도, 신경쓰지도 않으면서 정신이 살아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부자연스럽고.

교과서에서 배웠듯이 깨끗하게, 단정하게.
그리고 센스있게 입을 줄은 알아야.

어느 경우든 치장에 신경쓰다 진짜 중요한 삶의 중심을 돌보지 못하는 얄팍한 일상에 갇히진 말자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