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car death
신문의 뉴스영어 코너에 hot car death에 대한 설명이 나오니 먼 옛날 사건이 휘익~떠올랐다.
미국에 살던 시절, 4살이던 아들과 아기인 딸(카시트에 앉히고)을 데리고 한적한 길을 운전하던 중 갑자기 아들이 쉬가 마렵다고 했다.
당황한 나는 아이를 차에서 내리게 하는 과정에서 lock out 이 발생했다.
더운 여름이고 그때는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라 민가의 전화를 빌려 911에 도움을 부탁했는데 더워지니 딸 아이가 울기 시작했고 어디선가 기자가 나타나서 사진을 찍어댔다.
울면서 어쩔 줄 모르는데 그 기자의 모습이 기사거리를 노리는 하이에나 같이 느껴졌고 다가가서 "너 뭐를 기대하는거냐? 네 아이라도 그렇게 들이대며 찍겠냐?" 했는데도 슬슬 주위를 돌며 계속 찍었다.
911이 와서 유리를 깨고 딸아이를 꺼내고 민가 주인들이 물을 주고 진정시키고 다행히 잘 마무리 되었지만 돌이켜보면 젊었기 때문에 세상살이에 대처가 참 미숙했구나 싶다.
그냥 내가 다른 편 유리를 깨면 될 것을 왜 바보처럼 구조대가 오기를 기다린건지.
살아온 세상 경험이 너무나도 적어 '차 유리를 깰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못한 것. 차유리는 도구를 사용하여 열어야만 되는 줄 아는 아주 협소한 생활 응용력을 가진 거.
세월호에 탔으면 나는 그 자리에 있었을거라고 남편은 그러곤한다. 자신은 뭔일인가 일단 밖으로 나와볼텐데.
그러고보면 나와같은 근시안적 사고방식이나 행동으론 세상에서 이루어낼 일이 별로 없을 것이다. 현상유지주의자.
911도 돌아가고 나도 집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가려다 그 기자한테 기억은 정확히 나지않지만 뭐라 다시 말했다. 그랬더니 기운없는 목소리로 미안하긴 하지만 그게 자신의 일이라고.
이제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그 자리에서 유리창을 깰거다. 젊은 사람이 깨닫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많은 경험과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갖지못했다면 나이들어도 다른 종류의 많은 어리석음을 저지를 것이고 그 점에서 나는 너무 온실에서만 지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