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젊은 시절에 가보곤 외국생활을 하느라 오래동안 가보지 못한 곳이 많은데 그 중 한 곳이 춘천이라면 '그 가까운 곳을?' 할거다.
소양호 부근, 삼악 산장, 강변둑 따라 타던 자전거가 춘천에 대한 기억 전부이다.
추석 제사를 지내고 다들 돌아간 후 여행을 가려하니 며칠 숙박하며 돌아볼 곳도 딱히 없고 호텔도 대부분 예약이 끝나거나 평소 3배까지도 달라하니 당일로 돌아보고 오기로 하고 정한 곳이 가까운 춘천이다.
오전 8시 반부터 움직였으니 늦은 출발은 아닌 셈. 바다를 끼고있는 정도는 가야 강원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평소 생각했으나 남양주 넘어서 서울ㅡ양양 고속도로를 타자 강원스런 자연이 느껴져서 춘천만 가도 충분히 자연 속에서 쉴 수 있겠구나 알게되었다.
소양댐, 의암댐, 춘천댐 근처도 제대로 걸어보고, 소박한 김유정의 고향마을도 둘러보고 그곳에서 운영되는 해양 바이크나 옛경춘선 기차, 중도 물레길 등 계획을 잘 짠 남편 덕에, 그리고 외로운 시간을 지내는 그녀도 같이 초대해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떤 관광지역을 갈 때마다 울긋불긋 간판 들이 시각공해를 일으키는 곳이 많은데 다행히도 춘천은 간판이 차분하고 가라앉힌 색이라 편안했다.
서초동 샘밭 메밀 막국수는 둘째 아들이 하고 첫째 집이 춘천에 있어 그곳에서 점심을 했는데 국산메밀도 있고, 맛도 덜 자극적이고, 녹두빈대떡도 크고 맛있거니와 가격들도 당연히 더 저렴했다. 큰 아들네와 같이 사는 원조할머니는 신수 좋게 싱글벙글 웃으며 마당의자에 앉아 밀물처럼 몰려드는 손님을 쳐다보셨다. 복이 많으시다.
저녁엔 닭갈비를 먹었는데 나름 맛있었고 이번 기회에 춘천 막국수와 닭갈비가 어떤 것인지 머리 속에 완전히 입력되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었으나 오후 6시 반이 넘어가자 몇몇 유명식당을 빼곤 적막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저녁 늦게 돌아다닐 일, 사람이 거의 없어서. 이곳 역시 사람들이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몰려가 독립적으로 활발히 지방이 활성화 되기엔 힘이 딸리는 듯.
서울로 돌아 오다보니 저녁 9시반이 되어가고 늦은 시각이라 그녀를 우리 집에서 자고 내일 점심식사까지 같이 하자고 했는데 그 이후 휴일에도 같이 있고 싶은 눈치이다.
집으로 여러 사람이 오고 모이는 것은 즐거운 일이긴 한데 좀 힘들기도 하네...
제사드리고 친지들이 오고가고...
이렇게 추석연휴가 끝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