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작은 생각들

일이 일어난 순간에 알 수 있는 순발력

opento 2020. 11. 2. 14:55

컵이 없고 주둥이 부분에 거름장치가 있는 보온병에 뜨거운 차를 채워 수업에 갔다가 생긴 일.
정수기 옆에 일회용 컵이 있어 차를 따르고 뜨거우니 천천히 마시려고 하는데 갑자기 차가 새어나오기 시작.
일회용컵은 물을 받아 금방 마실 정도만 물을 담을 수 있다는 걸 몰랐다. 당황해서 종이컵을 들고 강의실 밖으로 나와 휴지통 있는 곳까지 가는데 강의 후 흔적을 휴지로 지우면서 든 생각이 응급상황이 일어났을 때 최적의 상태로 대응할 방법이 있음에도 인간( 이 경우는 '나')은 자기 생긴 그릇만큼 대처능력이 있다는 거.
컵에서 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을 때 보온병의 간이 거름망을 빼고 보온병 속에 차를 부어넣으면 될 것을 긴복도를 뛰어가며 질질 흘렸으니.
굳이 변명하자면 컵에서 새어나오는 속도가 워낙 빨랐고, 자칫 손이 데일 정도로 내용물이 뜨거워 차분히 스텝 바이 스텝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는 것.
두 손으로 얇은 종이컵을 쥐어야 했으니 책상에 올려놓고 거름망을 제거한 후 차를 보온병에 넣는 이성적 대응이 떠오르기 보다는 그 장면에서 교실에 차를 흘리지 말아야된다는 본능이 최전선에 나온 것.
이번 경험이 뇌에 입력되어 다음번에는 변형된 상태의 일이 일어나더라도 조금은 잘 대응하겠지 라고 믿고싶다.
수업 후 휴지를 신발 밑에 대고 슬슬 문지르니 청소아주머니께서 별달리 할 일이 없어 다행이지만 당황했던 나의 뻘짓은 내 기억 속에 오래 저장되어 있을거다
종이컵은 1,2초 동안만 사용할 수 있다는 거, 컵이 달린 보온병을 쓰는게 안전하다는 거, 뛰기 전에 1초라도 생각해보라는거ㅡ가 오늘 배운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