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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를 보며

opento 2021. 1. 2. 08:14

시골집에 내려온 지 나흘째.
동해안을 오르내리며 바다를 매일 접하고 있다.
첫날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칼바람이 몰아쳐 파도 끝자락에 흰포말이 산산히 부서지며 날렸었다.
이전에는 그렇게 추운 날에는 굳이 바닷가에 나가지않아 보지못했던 장면들이다.
스키 탈 때 두툼하게 입고 모자,장갑, 목도리까지 착용하면 덥기까지 했듯이 제대로만 입으면 추운 날씨에도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닐 수 있다. 밖으로 나가려는 마음이 중요.
며칠 간 지켜본 바다는 (정확히는 하늘색에 따라 변하는 바다) 에메랄드, 초록, 파랑, 회색, 곤색 등 다양한 색을 띠었다. 조용한 바닷가 마을의 권태로운 상태를 파도가 격하게 말하고 있는 건지.
밤이 오면 검은 비닐을 덮어버린듯 암흑에 잠긴 속에 물소리만 나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망가져 돌이키기 힘들지만 그래도 얽혀있고 정리가 되지않은 '관계'가 어제 연락을 해왔다. 결자해지가 아니라 이해관계가 더 크게 작용하는 의도라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주춤한. 받은 마음의 상처는 깊은데 치료가 아닌 그냥 꿰매려고 하고 걸으라는.
일렁이다가 부서지는, 다음날엔 잔잔한 파도를 보며 마음도 그렇게 출렁이며 살아가는데 마치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대야 속 물이었던 것처럼 문제를 대하려는 그 '관계'.
대야의 비유로 쳐도 구정물을 부었던 그 행동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기 쉽지않다.
그냥 대야물을 쏟아버려 빈 대야의 상태ㅡ관계가 없어지는 ㅡ가 되지않을까 . 파도가 없는, 사막처럼 물이 없는 바다가 되는건가?
'다른 사람'과 살아가는게 이렇게 피곤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