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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바꿔 생각해보기가 쉽지않다

opento 2021. 1. 18. 09:55

나름 열심히 아이들을 키웠다고 생각은 한다. 나만의 영역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중요한 기회나 제안이 여러번 있었지만 그 순간 제일 먼저 고려했던 부분이 일을 받아들였을 때 아이들과 가정에 미치는 영향이어서 정면을 피해 해나갈 수있는 차선을 선택했었다.
그 세월동안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손놓고 가정에서만 쉰 적은 적다.) 속상했던 부분이 남편은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데 비해 나는 제한이 있는 그물망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 제약없이 자유롭게 하고싶은 것을 한다면 몰입할 수 있을 일이 많았다.
그럼에도 시간은 이리저리 흘러갔고 나름 애쓴 결과가 나타났다고 생각하며 차선으로 선택한 일들의 줄기로 나만의 삶을 꾸려가고 있는데 요즘 몇가지 일을 집중해서 하다보니 이제야 체감하는 사실.ㅡ내가 원하는 정도로 남편이 집안 일에 들어왔다면 남편이 바깥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없었겠구나.
시간적 여유에 정신적 여유가 확보되야 일을 제대로, 오래 해낼 수 있다는 것.
오래 전부터 남편이 고맙다고 하기는 한다.
누군가는 해야될 '뒷치닥거리'를 잡생각 하지않고 단순한 마음으로 해냈다. 섭섭한 마음을 일기장에 쓰며 넘긴게 마음달래기용으로 적절했다 생각.
지하상가를 지나는데 값싼 회전초밥집 요리사가 아주 고단한 얼굴로 때늦은 점심을 먹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집에서 그는 어떤 아버지로 이해받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육아와 살림은 시간과 공간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곳에서 단순한 일상이 반복되는 듯 느껴지지만, 생존을 위한 불안, 경쟁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밖에서 뛰는 가장보다는 심리적 스트레스는 훨씬 적은데 ( 맞벌이 부부는 둘 다 힘들고)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쉽지는 않아 갈등.
어찌보면 안전지대에서 잘 살아왔고, 이제 나를 위해 시간쓸 수 있는 시기에 있으니 잘 살자. (난데없이 외롭네 허무하네 모드로 빠지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