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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동안에 인생을 듣다.
opento
2021. 4. 10. 08:45
심어둔 더덕을 따러가자는 동네사는 고등학교 친구와 차를 타고 용인에 다녀왔다.
같이 가기로 했던 다른 한 친구가 일이 생겨 둘 만 떠나다보니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듣게되었다.
친구는 화가이고 신앙심이 깊은데 시집살이로 인한 마음고생이 아주 많았다.
울퉁불퉁 거친 호수 얼음판에서 스케이트를 타듯 시집과 관련되어 끝없이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내었고 이제는 돌이켜보면서 과거의 이 장면 저 장면에 대한 해석과 정리를 할 여유가 있게 된 듯.
그에 비하면 나는 그저 TV에서 드라마 보듯 직접적인 스트레스 받지않고 편히 산 인생인 셈이다. 대신 스케이트를 타지못하며 넘어져서 일어서는 경험도 거의 없는.
인생에서 개인에게 주어지는 희노애락 총량은 같고 언제 어떤 상황에서 작동하는 차이가 다를 뿐이라는 B가 전해준 말이 맞는 지는 모르겠지만 인생드라마를 품은 사람들이 서로 만나 서로에게 작용하는 것이 '관계' 작용이고 그 관계 역학을 차분히 관찰, 이해하다보면 타인의 삶의 경험이 나에게 간접적이지만 '익힐 점'을 내 머리 속으로 넣어준다.
예술가라서 생각도 많고, 이야기도 잘 하고.
나도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내 이야기가 아닌 그녀 이야기에 대한 반응이었다.
이야기를 풀어낼 때 받아줄 상대역할.
하지만 듣고 느낄 점이 많아 거부감이 들거나 피곤하지는 않았다.
어려움을 예술과 종교로 이겨냈고 이겨내고 있는 삶을 들었다. 내 머리와 가슴은 들은 내용을 소화, 정리하는 중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