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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opento 2021. 7. 19. 11:06

엇저녁 거실에 있는데 귀 뒤쪽에서 모기소리가 들렸다. 역시 그젯밤 들었던 가녀린 소리로 보아 2 일전 집에 들어온 바로 그 모기.
헉! 방에 있어야 되는데 거실로 나온 것은 나를 찾아 따라나온 것이며 방으로 내가 들어간다면 그 모기는 거실에 갇히는 것이고 굶겠네 싶어 얼른 방으로 들어갔다.
알을 가진 암컷 모기가 사람 피를 빤다니 그 모기와 알들은 내가 유일한(출장에서 남편이 돌아오기까진 4일 남았고 창의 망을 열지않는 한 모기가 밖으로 나갈 수는 없으니) 식량공급원이다.
망을 열었을 때 다른 모기가 들어올 위험, 집안이 시원해서 모희(소리가 예뻐서 모희라고 이름지음)가 열어준다고 나갈 것 같지도 않아 일단은 그냥 지내기로.
내 생각에 모희는 첫 임신이지 않을까 싶다.
조나단 리빙스턴 갈매기처럼 높히 날아 우리 집까지 들어온 것도 그렇고 소리가 맹렬하거나 독살스럽지도 않은걸로 봐서.
지금 거실 식탁에서 신문을 보고 있는데 어쩌면 우물 천장에 숨어서 나를 내려다 보며 작전을 짜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몸에 좋은 것을 먹었으니 나의 혈액상태가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고 이틀간 총 4방을 물었으니 한동안 에너지는 되리라.
오래 전 마이크로 렌즈 연습을 할 때 갓죽인 모기를 촬영한 적이 있는데 별다른 인상은 없었다. 기와장에 앉아있던 잠자리 날개는 비에 얼룩지고 찢긴 모습이 보여 나름 힘들게 사는구나 느껴졌던 반면.
같은 공간에서 며칠 지내게 될 것 같은데 필사적으로 된 모희가 맹렬하게 달려들어 내가 결국 살충제를 화악~뿌리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