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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 상태

opento 2022. 9. 29. 12:49

평생 열심히 일해온 Y가 요즘 페이스톡을 자주 해오고 한번 하면 기본 40분은 넘도록 이야기한다.
거의 헉헉대며 일에 쫒기던 사람인데 페이스톡에서 길게 이야기하는 것은 올해 나타난 현상이다.
결혼해서 아이 키우느라 힘든 젊은 여자들은 자기 커리어를 자의타의로 포기했다는 우울증, 일을 계속 하더라도 사이에 끼어 둘 다 제대로 하지 못하고 떠밀려다닌다는 생각이 강하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의지가 되는 것은 확실하다. 깨어있지는 못해도 존재의 불안을  막아주는. 일종의 마취제 역할이라고나 할까.
미혼에 전문분야에 매진해 경제,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돌아보니 나이듦과 더불어 느껴지는 불안감을 Y가 느끼고 있는 것 같기도.
자존심이 세기 때문에 뭐라 말하지는 못하고 그냥 웃으며 들어주고 맞장구쳐주고 있다.
친구는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는게 아니고 장난치기 위해 만나는 사이라고 유튜브에서 유명 심리학자가 말하길래 가볍게 장난치고 relieve하라는 정도로 대응하고 있다.
Y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긴한데 나이듦에 따라 힘든 과정을 거쳐야할 것이고 결국엔 자신이 선택하며 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오늘도 1시간 10분 정도 이야기를 들어주었는데 밤이라 자야되는데 너무 쌩쌩 잠들 수 없다고.
어두운데 혼자있는거 보다 이야기로 조금은 풀어내는게 낫겠지.
다행히 수면제는 먹지않는다. 강하고 긍정적인 멘탈을 가진 Y라.
가을에 문득 떨어지는 낙엽처럼 스산한 시기에 자신의 존재에 직면하는 순간을 어떻게 대면할 것인지는 평소에 중심을 자꾸 세우면 잘 넘길 수도.
가족이란 울타리, 수면제, 더러는 마약? 일탈 이런 종류가 마취제 역할을 하는듯도 생각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