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간 같이 보내고
오전 9시 비행기로 S가 미국으로 떠났다.
20일 동안 보라카이여행(패러세일링, 카누,스노클링,바다에 뛰어들기) 미식여행, 서울의 추억 장소 다니기(눈과 한파로 글램핑 취소ㅡ대신 눈썰매 타기) ,인생네컷까지 찍으면서등 매일매일 돌아다녔고 추억을 쌓았다.
젊음의 에너지와 지식도 많이 전달 받았고.
사회적, 정신적, 신체적으로 5년 이상은 젊어진 듯 하다.
20일 간 각각 쓴 돈도 상당한데 그동안 검소하게 살았고 또한 살아갈거지만 쓸 때에는 써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
공항에서 배웅하고 돌아와 소파에서 따뜻한 담요 덮고 아무 생각없이 누웠는데 얼굴에 겨울 햇볕이 창가를 통해 스며들면서 낮 1시가 되었다.
떠나보낼 때 울지는 않았다. 자신의 길을 잘 가고 있고 이곳에서 우리도 잘 살고 있으니 휴식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니.
어제 마지막 저녁식사는 집 앞 레스트랑인데 망년회 팀이 많아 어찌나 떠들던 지 샐러드만 먹고 포장해서 집에서 조용히 먹었다.
스테이크, 랑귀니, 피자 그리고 17년간 잘 보관했던 와인과 함께.( 직장인들은 회식에 익숙해서 괜찮은지 모르겠지만 가까운 테이블에서 들리는 굉장한 소음은 사람의 목통에서 독소가 쏟아져 나온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어나 냉장고를 열어보니 식재료나 먹을 것이 가득하다.
같이 보내는 시간을 늘리려고, 그리고 소식에 하루 두 끼들만 주로 먹기에 좋은 식당에서 외식을 많이 했기에 남아있는 것들.
이제 찬찬히 집에서 없애려고 한다. 외식도 거의 하지않을 것이고.
이번에 확실히 알게된 나의 성향(조금씩 자리잡아 온 듯)ㅡ
내용이나 의미없는 말을 하지않고
기분에 들떠 이야기하지 않고
차분히 듣는다는.
마음의 무게중심이 단전이라는 근처에 자리잡은 느낌이 든다.
나이들어 희노애락을 관전하는 것인지.
(해탈 그런 경지는 아니고 삶의 경험을 통해 알게된ㅡ인생은 담담하게 흘러간다는...)
새벽부터 공항식당에 나와 서빙하는 20대 초반의 젊은이들, 3~4살 자녀 입에 음식을 넣어주는 부부들.
주위에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고 짠하다.
나도 그런 과정을 지나왔을덴데.
나보다 나이든 분이 어느 구석에서 내모습을 보며 자신의 시간을 돌이켜보고 있는지도.
이제 다시 마음을 추스려 소중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잘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