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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城壁

opento 2023. 5. 25. 02:33

75세인 여자 어르신인데 유튜브도 실시간 방송을 할 정도로 연세에 비해 활동하는 분이 있다.
개인적으로 친하지는 않고 두 번 정도 말을 잠깐 나눈 사이인데 뮤지컬 표가 생겼다고 같이 가겠느냐고 개인 카톡이 왔다.
그간 잠깐의 대화에서 그 분이 자신은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말을 먼저, 자주 하셔서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나 짐작만 했었다. 괜찮은 뮤지컬이고 가까운 곳이라 같이 갔었다.
첫인상은 키가 작고 아담하고 조용하고 약간 찌뿌린 인상을 하고 있는 느낌ㅡ시원시원하게 남에게 오픈하지는 않고 뭔가 안으로 움츠린ㅡ
다른 지인을 데려와도 된다고 했지만 그 분하고 둘이 이야기하는게 나을 듯 싶어 그리하지 않았다.
관람 후 차와 다과를 대접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역시 자신에 대해 말ㅡ어딘가에 오래 소속되지 못하고 말을 잘못하고 등등. 그러더니 실내인데에도 선글라스를 쓰셨다. 자신이 없어 가리는 상태.
하안검인지 상안검인지 눈가에 그런 수술을 하셔서 원래의 눈 모습을 추측하기는 좀 어렵고. 그래서 찌뿌린 인상을 주었던 듯.

대화 나누고 헤어지며 느끼는  점ㅡ근래 70대 시니어들과 만날 일이 있었는데 사회, 경제적으로 자리를 잘 잡은 분들ㅡ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한 멋있는 집에서 거주하는 부자인데 집을 모임의 장소로 잘 제공하고 자주 모여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분, 전직 교수이고 대금, 사진을 공부하며  철학적이신 분, 전문 기계설계자이고 활발한 봉사활동을 하는 분, 피아니스트인데 주민센터 바리스터도 파트타임으로 하는 분 등ㅡ
가만히 손놓고 노는 분들은 없는 듯.
미래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 본을 배우는 셈인데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ㅡ그 분들의 마음의 성벽이 아주 낮아 들어가기가 쉽다는 것. 깊이 들어가면 다른 면이 나오겠지만 일단은 귀여워 해주시고(?) 지금이 참 좋은 때 인 줄 알라고들 하신다는 점.
성공 후 안전한 지위에서도 결국 사람과의 유대가 제일 그립고 중요한 것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