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잘 지키기
산책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지냈지만 스트레스를 거의 느끼지않는 정도로 편히 지내다가
연속극을 정주행해서 17시간 가까이 날밤을 새고 나서 일상이 흐트러졌었다.
피곤한 김에 좀 쉬자하고 연이어 하루를 흐지부지 보내고 나니 늘어지기 시작.
그럴 때 위험하다. 마냥 늘어지면서 게을러지고 나태해지면서 하던 일도 쓱 빼먹고 싶어지고.
오늘 두 개의 수업을 제끼고 싶었다. 진도가 느려 시간대비 얻는 양이 적어서 시간도 아깝고 ~라는 합리화를 대면서 결석할까 하다가 routine을 살려내야지 싶어 움직였다.
가는 동안 BBC 프로그램 영어 다운 받은 거 들었고 일찍 도착해서 짜투리 시간에는 조간신문 보고.
오늘 수업 내용 중 하나는 결석했더라면 안될 정도로 아주 중요한 내용이어서 기분이 좋았다. 강사분도 열강하며 기분 좋아했고.
다른 사람들도 내가 아는 한 많이 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정거장에서 영어를 쓰는 남자가 학생에게 길을 묻는데 보니 우리 집 앞 레스트랑이길래 안내해주기로.
재미동포인데 부모님이 모두 한국인이고 자신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어 발음은 좋았다. 의사표시는 좀 힘들어해도.
17 년만의 고국방문이고 아내와 자녀 셋과 같이 여행 중. 회계사이고 아내는 내과의사. 첫아이가 대학간다고. 뉴저지 쪽에도 살았고 하와이로 이주했다는 등 너무나 반가워하며 버스에서도 계속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이 서울을 참 좋아해서 1 년 정도는 와서 살고 싶다고 등등.
부부가 참 선해보였다.
집에 있었더라면 어영부영 넘겼을 하루인데 삶의 흐름에 들어가 그런대로 의미있게 보냈다.
이제 저녁 먹고 하루의 후반부 시간을 잘 살면 오늘은 중간 점수 이상은 가겠다.
일상을 귀히 여기고 잘 살아가야지 휙 흔들거나 아무렇게 하루, 이틀 쯤이야~하고 써버리면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