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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에 묶인

opento 2023. 10. 3. 21:42

휴가 중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처음 가보는 곳.
편견을 가지고 떠난 것은 아닌데 잘 웃지않고 외부인에게 덜 개방적이고 그들만의 세계에 살아가는 곳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섬.
상냥하거나 여유로움이 부족해보이는.
사람들은 어쨌거나 자연을 즐기며 나름 여행하고 있었는데 한 장면은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갯벌에서 뭔가를 캐는 사람이 멀리 보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이 밀려들어오자 함지박을 끌고 돌아왔다.
식사 후 나가다보니 식당과 관련된 할머니 같은데 함지박에 검은 갯벌 흙이 가득한 뭔가를 씻고있었다.
뭐냐고 상냥히 물었는데 보면 모르냐고 세상에  바지락도 모르냐고 쾍꽥.
웃으면서 상당히 크네요 그랬더니 이거보다 더 큰거 잡아야지 갯벌에 나갔는데 또 쾍쾍.
뭔가 화가 잔뜩난 사람처럼.
'아이고 그만 이야기해야지' 속으로 생각하면서  많이 잡으셨네요 했더니 뭐가 많이 잡아 훨씬 더 잡아야지  그런다.
뱉는 말마다  부정적인 기운이 나왔다.
이런 상황은 처음인데...
그 집 며느리는 안녕하실지 원.
멀리서  갯벌을 볼 때는 그림같은 장면이었는데 현실은 전혀 아니었다.
갯벌에 묶여 힘들게 일하는, 마음의 여유는 오래 전에 염전물처럼 증발해버린 할머니인듯.
내가 무의식에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쪽 지방 근처를 여행했을 때마다 드는  인상은 바가지를 씌우거나 속이거나 외부인에 대해 폐쇄적인 느낌.
꽃게를 비싸게 부른다거나
굴도 사려고 했더니 값을 올리고
사찰의 보살님( 일하는 분을 그렇게 부르는 듯)의 외지인에 대한 은근한 배척이랄까를 느꼈었다.
다양한 사업, 관계, 정보교환이 일어나는 곳이 아니고 지극히 제한된 똑같은 종류의 일ㅡ고기잡이나 농사ㅡ을 하며 소수의 같은 사람들과 일생을 지내는 작은 지역이라 그런지.
조용하고 편안하게 대화하기는 조금 힘들다는 느낌.
갯벌에 묶여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