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작은 생각들

되새겨지는 장면

opento 2015. 12. 19. 23:24

 모임 후 돌아오는 강남역 근처에서 분양관에 잠깐

들어가달라고 잡혔다.

관심이 없고  피곤하니 그냥 가겠다고 했으나

"추운데 지금 한 시간째 길에서 이러고 있어요.

잠깐 시간 내주시면 참치,라면  드려요."하며 애원.

참치캔과 라면은 먹지않는다고 했더니 기름을 준다고.


그것도 필요없다고 했는데 하루종일 한 명도 데리고

들어가지 못했다고 계약하지 않아도 좋으니 설명만이라도

들어달라고.


부동산이라는 것이 잠깐 설명 듣고 결정할 건 아니고

요즈음 갈수록 신중한 태도를 취해야겠구나 생각 중인데.

그녀의 눈을 보니 너무나 애절. 그래서 20분만 보겠다고.


설명을 들으면 결국 나한테는 도움이지만 구매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도우미에겐 미안한 일이라..

그녀의 입에서 냄새가 나서 예민한 나는 그 냄새에 목이 아파왔다.


희박한 가능성을 잡아보려고 애쓰는 그녀가 애처롭기도 하지만

30분 후 일어나 나오는데 우산이 없었다.  일회용 우산이라

포기하고 그냥 나오는데 카놀라유와 참치캔이 든 선물을 주었고

길을 따라 한참 걸어왔는데 뒤에서 누군가 "사모님 사모님"해서

돌아보니 추운데 겉옷도 걸치지 않은 채  찾은 우산을

들고 그녀(좀 뚱뚱해서 헉헉거리며)가 뛰어왔다.


마음이 짠하면서 죄책감ㅡ왜냐하면 분양관에 들어갈 때

전화번호를 적을 때 전번을 틀리게 적어서.

그간의  예로 수십번 전화가 오기 때문에 생전 처음으로 틀린 번호를

적어넣었는데 ㅡ 손님을 데려가기만해도 그녀에게 수당이 있는 듯해서

따라가준건데 만약 틀린 전번이면?


추운데 우산을 들고 뒤쫒아온 그 모습이 자꾸 떠오르면서  혹 그녀가

사람에 대한  불신을 더할까 미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