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작은 생각들

약한 그들에게 우리가 한 일

opento 2009. 5. 28. 18:38


어제 우연히 돌린 채널에서 보게 된 방송
엉엉 울면서 봤다  tv 보다가 그렇게 울게 될 지는 정말 몰랐다.

병이 들고 난 후 그렇게 오래 사시지도 못하는데 아버지가 편찮으실 때
계속되는 반복적인 지루한 이야기가 듣기 싫어 병상 옆에서  나는 책을 읽었었다.

뇌 세포가 파괴되어 가면서 가장 가까웠던 식구들을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자고나면 가물가물 잊어버리는 당신의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시던 엄마
마지막 임종이 다가왔을 때 집에 가서 따뜻하게 가족과 지내고 싶어했을 때
들어들이지는 못해도 며칠 밤이고 같이 있어주지 못했던 ....
그리하여 정말로 외로우셨을 ...그 마음을 생각하니
내 자신이 참 한심하다.

하느라고 했던 것 보다는
하지 못했던 작은 일들이 가시고 난 후 마음에 걸리고 기억에 새록새록 돋는다.

방송에서의 할머니
뭐라뭐라 잔소리를 하면서 대우 받겠다고 했으면 그나마 덜 불쌍했을텐데
끝까지 아들 손자 손녀들을 걱정하고
며느리에게도 미안해 하고.

나이들어 가는 우리 세대는 정말 고독을 잘 견디고 혼자 잘 설 줄 알아야 겠다 싶었다.
시설에 가는 거야 결론적으로 같겠지만
내 자신이 선택해서 떠나주는 것과
끝까지 버티다가 자식들에 의해 밀어낼 수 밖에 없도록 결정하는 것과는
마음 아픔의 차이가 그래도 종이장 만큼 날 것 같다.

이형기의 <낙화>가 사랑했던 젊은 이들의 이별 이야기만은 아닌 듯 느껴진다
떠나야하는 모든이에게 마음을 준비 시키는 이별주 막걸리 같은..

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지상에서)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인생)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생명)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