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심장까지 닿으려면
3년간의 결혼 생활을 끝내겠다는 L의 이메일을 받았다.
점점 고조되는 폭언과 폭력의 싸이클 속에서 잠못들며 새벽에 보내온 글.
나중에 이혼 절차를 밟기 위한 증거로 보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도와달라는 SOS 같기도 한.
한쪽만의 일방적 잘못은 아닌
양방의 힘듦, 피곤함, 외로움들이 읽혀졌다.
통화를 하고 오후에 찾아가보니
한쪽의 글에서만 묘사되던 상황은 일방적.
둘 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결국 '나를 생각해줘'
상대방을 무조건 다 품을 수 있는 사랑은
젊은 그들에겐 무리인 듯.
반쪽끼리 애써서 하나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반쪽 모서리로 다른 모서리를 긁어내며
자기 모서리 파이가 커질 줄 알고 있는...
사랑은, 결혼은 외로운 상황이 될수도 있을텐데
자신이 서야되는데
한쪽은 정신없이 바쁘고
한쪽은 희생당하고 있다고 여기고
무력감, 자존감 하락, 외부와의 연결을 끊은 채로
무심하고 이기적으로 느껴지는 상대방을 향해 미움, 섭섭함을 투사하며 키워가고.
둘 다 도움이 필요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조금 지나 괜찮아질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같이넘어가야할 상황.
한쪽에서 상대방에 대해 굳건히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틀을 바꿀 필요가 있고
그러려면 마음을 열고 손을 내밀어야 하는데 아직은 여지가 있었다.
이야기를 시켜보니 한쪽이 울기 시작.
그래 울어야 마음이 풀리지.
상대방이 어떻게 느끼는지 서로 느끼게 해 준 다음
물어보았다.
서로를 위할 생각이 있냐고.
그러겠다고 했다.
마음의 상처를 다독이게 상담받을 수 있는 기관을 알려주었다.
결국 듣게 되는 조언은 이미 다 알고들 있는 것이겠지만
누군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들어주고 상처를 치유할 계기를 만들어주는.
누군가에게 말할 데가 없었는데 메일을 보내줘서 다행이고
앞으로도 힘들면 이야기하라고 했다.
그리곤 그날, 그다음날 나도 마음이 움울했다.
그들이 처한 상황이 불쌍하고 안타깝고...
그래도 일체유심조라고 그들이 마음을 다잡고
상대방의 심장에 닿을 정도로 사랑을 보내려 애쓴다면
고비들을 잘 넘어가리라 생각된다.
행복하게 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