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작은 생각들

전염되는 식습관

opento 2017. 11. 9. 23:14

멀리 떠나와  3끼 식사를 혼자 먹었다. 아침, 점심은 간단히 잘 먹었는데,   제대로 된 저녁식사를 혼자하긴 불편.
굳이 코스를 먹고싶지도 않고, 꼭 먹어봐야겠다는 음식도 없고.
그렇다고 수제햄버거, 피자등으로 때우기는 싫고.

단체 손님이 없는 작은 식당에 들어서니
조용조용 말하는미국인 2명ㅡ학자들인지 컴퓨터를 켜놓고 계속 의논. 혼자인 일본인 (엄청 주위를 의식), 영어쓰는 외국인ㅡ그도 혼자  먹는 걸 겸연쩍어 했다.
혼자이어도  난감하지 않은 작고 조용한 식당에 모인 사람들.

음식과 관련하여 생각해보니,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한다는 나의 의식이 생각보다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듯.
뭔가 의미있고, 집중하는 일이 있으면 세끼 식사를 덜 고수하게 될까?

게다가 좋게 유지해오던 식습관도 한두번의 일탈로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걸 경험 중.
지난 추석 때 놀러온 친척들과 어울려  밀가루 음식ㅡ국수, 빵, 과자 종류ㅡ을 먹은 후 그 영향을 아직도 받고 있다. 거의 먹지않던 밀가루 음식들이었는데 한번 자리를 내준 후 자주 먹게된다.
특히 티라미슈는 후식으로 자꾸 떠오른다.

앞의 작은 그 식당에서 조촐한  식사를 하고 호텔로 돌아와 베이커리 앞에서 티라미슈를 찾았다.
다행이랄까...5 star 호텔임에도 맛이 없어 보이는 ㅡ부드럽고 촉촉한 느낌이 아니라 딱딱하고 반질거리는 느낌의 케익 때문에 맛이 없을 것 같아  눈을 한참 굴리다가 포기하고 방으로 올라왔다.
그리곤 허전함에 Espresso Forte를 집었다가 Lungo Decaffeinato를 머신에 넣었으나 다행히 캡슐이 터지지않고 따뜻한 물만 나왔다. 평소 차를 마시고 커피는 거의 마시지 않는데...뭔가 경계를 무너뜨리니 막~  침범해오는 느낌?
그때부터 유혹을 차단하고 조용히 책 읽는 중.

어울리는 사람의 식습관이 기존의 식습관의 방향을 틀어놓을 수 있음을,한두번의 방심이 습관으로 고착될 수 있음을, 그래서 조심해야겠다는 것을 깨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