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작은 생각들
이제서야 좀 깨달은
opento
2017. 12. 4. 01:01
꼭 필요로 하는 물건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고 싶어 백화점이나 서점, 인터넷을 뒤지며 아이디어를 얻으며 한 개 한 개 신중히 준비하는 중인데 그 과정에서 얻게되는 정보들도 많다.
그런데 어쩌다 M과 백화점에 동행.
M은 말해왔듯이 경제적 기반이 잡혀있는데에도 '소비'에 대해 불안과 강박을 가진 듯 보일 정도로 돈을 쓰지못한다.
백화점 라운지 의자에 70대는 넘어 보이는 할머니들이 옷, 신발, 구두등 한결 같이 해외명품으로 입었는데 핏기없는 창백한 얼굴에, 주름이 늘어지고, 교양있게 말하지만 행동도 늦고. 늙어서 비싼 명품들이 부질없어 보여도 그들은 그렇게 살아왔고, 경제적으로 그 정도의 소비가 지속가능한 사람들.
그에 비해 M은 식사비가 8천원을 넘어가면 안되고, 몇십년 된 코트가 2개 있지만 '코트'라는 아이템이 리스트에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는 사람이다.
같이 다니면 숨이 답답할 때가 좀 있는데..
점심을 샀더니, 자기 집에 가서 저녁 간단히 먹자하더니 시간이 넘어가자 남대문 '갈치골목'이란 곳으로 데려갔다.
모르던 곳이었는데 1인분 8,000원에
갈치조림이나 구이가 나오는.
좁은 길목에서 주방이 따로없이 통로에 가스불로 음식을 해내는.
식구들이 조리,서빙, 설겆이하는 영세적인 가게들인데 설겆이 상태가 불안했으나 맛은 괜찮았고, 친절했다.
서빙하는 주인 아저씨가 어디서 손을 베었는지 피를 많이 흘리는데 그냥 휴지로 닦아도 또 배어나오고. 그래도 웃으며 열심히 장사.
가지고 다니던 일회용밴드가 있어서 꺼내니 M이 붙여주고.
먹고 나올 때 보니 냉동갈치 녹인 물이 깨끗치는 않았다. 하지만 주인과 그 아들은 찾아줘서 고맙다고 행복한 날 되시라고 마음담은 인사를 계속 했다.
나의 소비 형태는 명품족은 아니지만 백화점족인데... 심하게 다른 소비형태를 경험하고 조금 혼란이 왔다.
그리고 1인분에 5만5천원 짜리 식사를 대접했을 때(요즘 물가론 코스음식으론 좀 허술한) 타박을 하던 M의 이중성. 자신은 쓰지못하면서 남의 돈에 대해선 무감각한. 더 이상 조정당하고 싶지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압구정,청담,서래마을 레스트랑에서 그렇게 수많은 대접을 해주었을 때 우아하게, 말많게 평을 해가며 먹어왔던 M이 남에게 사줄 수 있는 마음의 크기를 이제서야 파악하다니
그야말로 '호구', '인생 철부지'였던 거.
그리고 주변의 소비형태와는 다른 소비 형태들도 직접 느껴 알게되었다.
이제는 상황 따라 맞추어서 대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