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to 2017. 12. 10. 11:34

시작 10분 전, 좋은 영화니 보라고 해서 주말영화를 간만에 시청.
근래 영화관에서 본 어느 영화보다도 집중해서 봤다.
 TV에서 해주는 작품은 아주 오래 된
따분한 것들이라는 편견이 깨졌다.

컴퓨터 통신 초기에 자판 속도늘린다고 한동안 했던 한글 대화방이나, 영어회화 공부한다고 들어갔던 대화방ㅡ오프라인에 참가는 하지않았지만 나름 재미 있었고
모이는 시간을 정하지 않아도 '즈음'이 되면 주로 이야기 나누던 3~4명이 들어오곤 했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들 중 몇몇이 썸을 타기도 했는데ㅡ미국에 살던 한국 이혼남과 한국남자를 좋아하던 영국의 음악하던 여자는  비행기로 미국으로 건너가 같이 지내고, 통번역 대학원을 가고 싶어하던 한 남자는 방황하는 마음을 이 여자, 저 여자에게 호소하고 나중엔 여자들끼리 그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고.

지나면 별일이 아닌데 당시에 재미 있어서 찻주전자도 태우고 하면서 1년 정도 빠졌었다. 사람들이 실제로 만나고, 질투도 하고, 가슴  아파도 하고, 싸우기도 하는 걸 지켜보면서 집밖의, 하지만 나에게 다가와 피해는 입히지  못하는 세계를 신기하게 경험.

어쨋든,
영화  Her를 보면서 어떻게 스토리를 진행시킬 것인지 완전 몰입해서 봤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 드는 생각.
더 이상 글들이 올라오지 않거나, 활기를 잃어버린 몇개의 카톡방,밴드 등
그리고 새로운 관계를 수혈 하려는 듯  감당할 수 없는 수의 페친을 신청하는 (신청받는 이 아니라)사람들이 떠올랐다.

영화에선 끌리는 대상이 사람이 아닌 '운영체제'라는 차이는 있지만
내가 넘어설 수 없는 분야에선 페친을 맺을 수 없듯이 그렇게 Her와의 관계도
끝을 맞을 수 밖에...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서 생존 수영을 하면서 능력을 키우다 잘 마무리하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