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작은 생각들

행복한, 작은 진전

opento 2017. 12. 30. 23:18

우리 부부보고 '매번 손해보고 당하는 바보'라고 답답해 할 지 몰라도 M을 몰라라 할 수 없기 때문에 28일부터 일주일 정도 집에  와서 같이 지내자고 초대.
년말년시에 혼자 지낼 모습이 너무 안되어서.
은퇴 후 지인들과 여행도 많이 가고, 여러 강좌도 들으며 나름 알차게, 독립적으로 살아가려 노력하지만 그래도 공허한가보다. 결국엔 남이라고.

그런데 변화가 생겼다.
이전에는 일주일 정도 와서 지낼 때, 해 준 음식 먹고, 외식, 영화구경, 여러 이벤트시에도 돈을 내지 않고 그냥 받기만 하더니,아이에게 용돈도 조금 주고, 시장을 보는데 비용을 대려고 했다.
그렇다고 받지는 않지만 나름 변한 태도를 보게된 것은 알고 지낸 후 처음 있는 일.

있는 동안 이곳저곳  여행을 하기로 했는데 매일 점심은 항상 자기가 사겠다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정말 오늘 점심을 샀는데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즐거워했다.  아침, 저녁식사, 숙박, 운전, 간식등은 우리가 정성껏, 좋은 마음으로 제공할 예정. 점심부분을 자기가 맡겠다는 말을 한 것은 M에게 있어 아주 큰 심경변화이다.

미리 눈치를 준다거나 압박감을 주지않았고, 초대하지 않아도 책임감, 의무감을 느낄 필요가 없었지만, 모른 척 할 수 없어 원래하던대로 ' 다 떠맡자~'하고 같이 시간 보내기로 한건데,
요리할 때 옆에서 거들기도 하면서
의외로 M이 자신이 해야할 파트를 자발적으로 해주어서 좋다.
이렇게되면 부담없이 더 자주 M을 돌봐줄 수 있으니 서로 좋은 것.

이렇게 깨닫기까지 M에게 시간이 많이 걸렸다. 사회에서 돌아가는 판을 영영 깨닫지 못할 것 같았지만,  그래도 모른 척하지 않고 M을 놓치않은 보람을 느낀다.

크리스마스 캐롤의 스쿠르지처럼 새해를 넘기지않고 연말에 M이 '깨달아서' 좋다.
one of happy ending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