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작은 생각들
똘레랑스는
opento
2018. 4. 1. 14:37
2년 전 뮌헨의 한 공원에서 목격한 일.
나이든 남자가 여기저기서 깡통,유리병, 플라스틱 병을 주어와서 한쪽에 모아놓는데 주위에 있던 10대 중반의 남자애들이 갑자기 그 폐품을 뺏아갔다.
도로 가져오려고 이리저리 오가는 나이든 사람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릴 뿐 제대로 욕이나 항의도 하지못했는데, 어린 남자 중 하나가 낄낄거리며 깡통 하나를 멀리 발로 차버렸고 결국 늙은 남자가 가질 수 있는 것은 그 깡통 하나.
벌건 대낮에 수많은 사람이 있는, 깨끗한 공원에서 일어난 일.
눈여겨 보는 사람도 없었거니와 보았더라도 관여하지도 않는 분위기.
영화에서 보여지는 세련된 서구의 똘레랑스가 어찌보면 '타인을 내가 어떻게 조정할 수 없는 상황'이 점점 많아지면서 한편으론 이해하고, 또는 포기하면서 생겨난건 아닌지 싶다.
권력,지위, 돈, 나이 등을다 걷어내고도 타인을 조정할 수 있는 힘은 양심,예의, 도덕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관계를 그 정도로 base가 없이 시작하면 서로 조심하지 않을까 싶다.
끓인 고깃국물을 식힌 후 떠있는 기름기나 떠다니는 것들을 체로 걸러내 듯, 관계에서 요구할 수 있는 것,받아주면 안되는 것들을 잘 걸러내며 똘레랑스의 범위 신경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