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작은 생각들
식탁 대화
opento
2018. 6. 10. 11:19
요즘 살아갈 낙이 없다는 N.
이유는?
남편 때문이란다.
오랜 세월 담배를 피워 힘들게 했고,
난폭운전으로 끝없이 피곤했고,
자신 위주의 스케줄을 살아 뚫리는 부분들은 그녀가 다 감당해야 했고,
공감능력 부족으로 뭔가 항상 겉돌고,
등등.
내가 아는 N은 열심히, 긍정적으로 삶을
살고, 나름 즐거운 사람이다.ㅡ밖에서 보는 평가이니 내부적으로 모르는 부분이 많이 있겠지만.
그녀 남편의 그런 경향이 어제, 오늘도 아닌데 새삼 힘든 이유가 뭐냐고 했더니
남편이 '마지막 선'을 끊어버렸다고.
여느때처럼 드라이브를 하며 N이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는데, 두 시간 정도
남짓한 시간 동안 그녀의 남편이 한 일ㅡ제대로 듣는 것 같지도 않는데 난데없이ㅡ그녀가 한 말에 대해 꼭 반대되는 말, 부정적이거나 해서는 안될 말을 하고/ 진부하게 원칙을 설명하고(웃자고 한 이야기에 심각)/ 이야기를 갑자기 자르더니 맥락과 관계없는 설명으로 가르치기를 해서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문제점을 확~ 깨닫곤 자신의 남편과의 대화는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느꼈단다.
그후 침묵만 흐르는 식사시간.
그리고나니 더 이상 말하기가 싫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말이 없어져버렸다고.
그녀 이야기를 듣고 식탁에서 무슨 이야기들을 하나 기회되는대로 지켜보기 시작.
식당에서 식사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거의 무거운 침묵 속에 거의 소리도 내지않는 4인 가족, 차려놓은 음식에 대해 끝없이 말하는 사람, 휴대폰을 주로 들여다보는 사람들, 돌아다니는 아기들을 쫒아다니느라 바쁜 이들, 꽥꽥 시끄러운 회식, 파티. 많은 경우, 대화는 소음 수준으로 허공에 날아다니는데, 그래도 정겹게 이야기 나누는, 길게 잘 이야기 나누는 모습들도 많다.
N에게서 그동안 비슷한 이야기를 계속 들어왔음에도 그려려니~했는데 이번에 보니 대화가 다시 회복되긴 힘든 상태.
그녀 남편 문제점을 꿰뚫어 버렸기 때문에 몰랐던 때처럼 조잘조잘 종달새처럼 더이상 그녀는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단다.
그날 이후 그녀의 남편도 당황하고 있으나 그녀의 남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단다. 원래 이야기를 먼저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으니. 언젠가 그녀의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 그녀와의 산책이라고,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거라고 했다던데,
그는 함부로 굴어서 소중한 파랑새 한 마리를 날려버린 것은 아닌지.
신기하게도 모임에선 그녀는 어디 하나 마음 상한데 없는 여전히 즐거운 파랑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