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작은 생각들
베란다 없는 문간방
opento
2018. 6. 22. 17:08
문간방에서 침대를 치운 후 전에는 몰랐던 느낌에 즐거워하고 있는 중.
침대가 차지했던 공간에 바닥 매트리스를 깔고 책을 읽거나 TV를 보며 아늑함을 느끼는데 이 방의 장점 중 하나가 방 밖에 베란다가 없어 햇빛이 직접 들어와 밝은 기분이 들게 한다는 것.
옷장, 책상, 책꽂이, 벽장이 있는 단순한 방에서 밝은 햇빛을 받으며 책도 보고, TV도 제법 가까이서 시청하고, 누워 체조도 하다보면 마치 여행 떠나와 나만의 작은 쉼터에 있는 기분이다. 침대가 공간을 상당히 차지하며 침대와 방바닥 경계를 갈라놓아 작게 느껴졌던 방이 매트리스를 깔아 하나의 통일된 바닥 공간이 되었고 필요에 따라 접으면 나름 눈이 시원한 바닥이 되는.
집안 곳곳 잘 살펴보면 기존물건을 치워버림으로써 여유롭게 살려낼 공간이 제법 있다. 미니멀 소유가 여유로움을 만들어주는.
최근 친구와 이야기 나누다 미처 정리되지 못했던 생각들을 깨달았는데, 자신이 충만해야 주위 사람도 사랑까지는 못하더라도 미워하거나 섭섭해 하지 않으며ㅡ자신이 불안, 방황하는건데 난데없이 엄한 대상에게 화살을 쏘는 거ㅡ그날 하루 만나는 사람에게서 주고 받는 미소나 친절한 말의 오고감이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음을 알고 낯선이와의 스침도 귀하게 여기라는 것.
S가 혼자 지낼 때 외로워서 방의 가구나 벽한테도 말을 걸었다고 5~6년 전에 말한 적이 있는데 지금에서야 어떤 상황이었는 지 알겠고, 밤에 보이는 반딧불보고 너무 예뻐서 찍어 보내는 마음도 이해된다.
외로움과 긍정적으로 잘 살아가는 S가 어려도 깊은 삶을 살아가는구나 싶고
애완동물이 없어도 주위와 교감하며 사는 강한 멘탈에 박수쳐 주고 싶다.
어찌보면 현대는 외로움을 잘 이겨내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많아 그로인해 속세에서 현인들이 살아가기가 가능한 시대인듯도 하다.
그옛날 나이든 과부가 밤이면 할 일이 없어 호롱불 밑에서 콩과 쌀을 섞어 다시 골라냈다고 국어시간에 들었던 우스운 이야기. 이젠 즐거운, 유의미한 활동의 선택이 많아졌으니, '가라앉지 말고 우울의 trap을 씌우지 않으면 '살아낼 수' 있는 듯.
살아온 지금까지의 생각이고 더 살다보면 다른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자기경영ㅡself managementㅡ를 조심조심 잘해나가기.
이런 생각이 베란다가 없는, 그리고 침대를 없앤 방에서 뒹굴뒹굴 누워있다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