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작은 생각들
부여 가는 길
opento
2018. 11. 8. 11:44
고속버스로 부여에 가고 있다.
기억으론 이전에 부여에 간 적이 없는 듯.
백마강, 삼천궁녀, 의자왕 이런 말이 떠오르는데 수업시간, 노래에서 들은 아주 얕은 간접 경험에 의한 입력.
직통버스인데 할머니 두 분, 할아버지 1분, 아이 둘 데리고 탄 아줌마 , 그리고 내가 전부.
시골 분들 같은데 잠을 자는지 아이들까지 조용하다.
전헝적인 시골 노인들 옷차림.
어제 백화점 라운지에서 본 잘 차려입은 노인들ㅡ나이들면 잘 차려입어도 쓸쓸하다ㅡ그중 무리하게 빨강, 파랑,노랑색 코디에(무당의 옷을 떠올리면 된다.) 보석을 과도하게 치장(모두 비싼 것인데 본인 것이 아닐 수도). 목소리나 이야기 내용으로 보아 교앙이 거의 없는.
강남에 있으나 지방, 시골에 있으나 결국 중요한 것은 내적인 모습일 듯.
감당하지 못하는 외적 치장은 연민만 일으킨다. 돈은 돈대로 쓰고.
교양도 있어 보이고 취향도 세련된 나이든 노인의 비싼 차림도ㅡ 쫘악 빼입은 옷,가방 위로 초라하게 솟아있는 반백의 듬성듬성한 머리칼과 늘어진 피부, 구두높이가 부담스러워 흔들흔들, 비틀비틀한 걸음걸이가 "과하다..."라는 인상을 주며 좀 구슬펐다.
몸과 마음, 정신을 깨끗히ㅡ심신수련인가?ㅡ하며 자연스레 조용히 늙어가는 모습이 낫지싶다.
고속버스 창밖으로 비가 계속 내리고 뿌연 비안개 속에 가을 단풍이 한가득이고, 낮인데도 모두 잠자고 있는 승객들.
도착하면 마중나와 부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니 조금씩 부여라는 곳으로 다가가고 있지만 설레임은 크지않다. 마음이 늙어서~.
뒷자리 할머니가 방구를 뀌었는지 냄새가 확~ 밀려온다. 시골로 가긴 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