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작은 생각들

노란자가 터지지 않게

opento 2018. 12. 15. 19:46

주중 목요일까지 지방대에서 수업을 하고 저녁에 올라와 매번 만나자는 H.
처음엔 응했으나 매주 그러니 조심.
주말엔 가족들과 같이 움직이니 더더구나 받아줄 수 없기도 했고.
게다가 계속 똑같은 내용의 말만 하니 굳이 자주 볼 이유도 없고.
가까이 살고 있는 친구와도 문자나 간단히 전화로 안부 전하고 서로 예의를 갖추는데   별로 친하지않았던 H가 이사로 가까이 살게되면서, 그리고 단지 동창이란 사실로 계속 연락을 해오는데.
서로 남의 흉을 내놓고 보지않지만 친구, 동창들 사이에선 H가 문제가 있는 것을 아는  듯.
우울증을 지녔다며 솔직히 주위에 말하고 다니던 어떤 이ㅡ가까이 지낼 기회가 없던 나에게도 자신에 대해 이야기ㅡ가 말하길 주위에 사람이 있어야지 불안해서 혼자는 못있는다고. 남편이 출장가면 사정을 아는 사람이 밤에  와있어 주거나 친구네로 가서 지낸다고 했는데,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이라 의아하지만, 그 사람 인성이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하지만 그녀나 H나 혼자 서지 못하고 주위 사람에게 끊임없이 의지하려는 점은 타인의 사생활 침해이고 배려가 없어 보이는데 그걸 판단할 수 있는 상태는 못되는가 보다.
일반 사람들이 날계란 상태의 '인생'에서 깨지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살아가며 속에 든 노른자(정신)도 터지지않게 잘  안고 살아간다고 비유한다면 그들의 노른자는  일부, 혹은 많이 터져 상처나있나? 이런 생각을 해봤다.
머리가 뒤집혀 속을 제거당한 문어가 살겠다고 근처 의자 밑으로 들어가 숨던, 오래 전 시장에서 보았던 장면도 떠오르고.
하루하루 생각하며 잘 살아가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