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작은 생각들
Yankee Stadium 에 가다
opento
2019. 6. 4. 08:24
젊었을 때 S대 출신의 3대 독자 회계사를 소개 받아 야구장에 간 적이 있었다.
비를 대비하여 그가 가져온 우산을 의자 밑에 놓았는데 어쩌다 조금만 비뚤어지면 똑바로 놓곤 했다. 상대가 마음에 들지도 않거니와 게임을 볼 생각도 없던 차 결벽증이 있는 그를 골려주고 싶은 장난기가 발동해서 모른 척 발로 우산을 건드렸는데 그때마다 바로 놓고 바로 놓고 해서 안됐다~ 하곤 그만 두었던 기억이.
그후 TV로는 더러 시청했어도 야구장에 가본 적이 없는데, 한국과 미국의 야구, 축구에 대해 꿰고 있는 S가 뉴욕 양키즈와 보스톤 레드 삭스팀 경기를 예매해 난데없이 양키 스테디엄과 경기를 관람. 어제는 관중이 4만 명이었다는데 새로 지을 때 건축비가 15조나 들어 세계에서 14번째로 비싼 건물이라더니 건물이나 관중이나 보기에 장관이긴 했다. 전광판에서 여러가지 재미있는 이벤트들을 해서 관중들의 열렬한 반응을 끌어냈고 응원, 경기도 재미있었고.
뉴욕과 더 관련이 있으니 양키즈를 응원하긴 했지만 보스톤 팀의 빨간 양말이 믿음직하면서도 귀여운 키다리 아저씨 느낌을 갖게 했다. 누가 이기거나 나한텐 어차피 크게 상관없었으니.
도중에 비가 많이 내리는데에도 자리를 지키는 팬들이 많지만 그렇다고 심각하지는 않았다. 맥주 마시거나 군것질하고 이야기, 군데군데 응원이나 춤에 가까운 몸짓들을 하며 딴짓하는 것 같아도 게임의 중요한 흐름은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평균적인 표 값이 80불이라 원성이 자자하다는데 시즌권을 이용하겠지만 그래도 열렬히 즐기는 모습에서 야구가 미국인들에게 갖는 위상과 문화적 의미를 현장에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그 이전 두번 경기에서 연승을 해서 어제는 투수라인업이 좋지는 않아 양키즈가 9회말 공격에서 8:5로 지는 것을 보고 나오는데 져도 그렇게 속상해 하지는 않고 지하철을 질서정연하게 타고 돌아들 갔다.어린아이가 셋인 집도 안고 지고 데리고 다니니 어려서부터 야구와 가까이 접하며 크는.
한국에서도 오랜 세월 하지않던 야구관람을 어떨결에 그것도 미국에서 어린 세대에 섞여 경험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