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작은 생각들

아주 작은 콘서트

opento 2019. 7. 18. 15:44

Porto의 구석구석을 돌아디니며 숨은 진주 찾기를 즐겁게 하는 중에 St. Ildefonso 교회에 붙은 작은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Masters of Porto Guitar Concerts에서 Augusto Pacheco 연주.
안내자 설명을 들으니
Conservatorio de Musica do Porto 교수의 자선공연이라고.
모르던 곳과 교수인데 찾아보니 상당히 수준 높은 음악 기관이라고 평이 나있고,그도 국제적인 연주자. 전성기는 좀 지난 듯한.
사진 속 연주자의 조용하고 차분한 모습과  프로그램 목차로 보아 클래식 스타일로 연주될것 같아 20유로를 주고 예약.
시간이 되어 안내받아 들어가보니  성당에 딸린 작은 방엔 10개의 의자만 놓여 있었다. 청중은 나를 포함 8명. 악보용 불빛만 켜져있는 어두운 방에서  시작된 연주는 기타를 안고 몸 전체에서 두  손만 움직이며 조용히 진행되었고 8명은 각자의 방식으로 연주에 빠져들었다.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군더더기 없이 간단히 곡에 대해 설명하며 어려운 기교도 과장된 제스쳐없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기타와 구도의 길을 가고 있는 듯 느낌.
어둡고 시원한  작은 석조 채플에서  연주자의 손끝이 집어내는 청아하고 차분한 음을 듣자니  CD로는 느낄 수 없는 섬세함이 가득.
좋아하던 기타리스트가 영화음악으로 돌아선 후 그의 치열했던 연주를 더 이상 듣을 수 없어 아쉬웠는데 이런 기회를 갖게 되어 마음 속에 떠다니는 돛단배 하나 추가.
혹 유튜브에서 그의 연주를 찾을 수 있을까 검색하니 동명이인의 대중 가수가 나오는데...나중에 제대로 찾아보기로.
정확한 음을 집어내고 기교도 엄청난 연주자들이 많겠지만 소박한 환경에서 상업적이지 않은 연주자의 태도 때문에 더 마음에 닿은 콘서트이다.
눈에 들어온 특이한 행동 하나.
곡을 연주하기 전에 이마를 만지는 의식(마치 이마 기름을 바르듯)을 꼭 했는데 만지지 않는 척해도 어떻게든   이마에 손을 대었고 그에겐 일종의 ritual.
혼자 연습하며 기타와 보낸 시간이 만들어 낸, 생략할 수 없이 몸에 배인 의식을 보는 것도 연주자의 한 모습으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