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작은 생각들

당혹스러웠다.

opento 2019. 9. 23. 20:04

어제, 친정아버지 기일을 맞아 산소에 갔었다. 태풍이 온다고 걱정들을 했으나 비바람이 오면 맞지뭐~하고 나섰고 하늘 가득한 구름은 오히려 햇빛을 막아줘 시원스런 가을분위기를 만들어줬다.
출장이나 여러 사정상 둘 만 갔기 때문에
호젓하니 좋았고, 평소 지내던 전통 제사 절차가 아닌, 이야기나 기도드리는 자유로운 형식을 취했는데 M이 기도 중 한참을 흐느끼며 울면서 여러 말을 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M의 기도에 공감이 되지않았다. 나의 경우, 여러 사람 앞에서 하는 기도를 거의하지 않고 속으로만 기도해와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모두가 듣는 기도는 감사와 배려가 깃든  내용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M의 기도는 자신의 상처를 보여주면서 그안으로 들어와 자기를 위로해주길 바라는ㅡ어쩌면 기도까지 자신의 성격대로 하나 싶었고, 자신의 생각에 주위 사람들을 쓸어담으려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옆에서 울면서 기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나는 감정이 메마른건가? 잠시 생각도 들었지만 나의  기도는ㅡ생전에 주신 사랑에 감사하고 그곳에서 평안하시라는, 그리고 자손들도 잘 돌봐달라는 사심도 섞인 구태의연한 내용이지만 감사하는 부분에선 항상 마음이 찡하고 나름 깊다.
M의 약한 상태가 드러난건지 나의 삭막함이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불안하고 자연스럽지 못한 감정의 폭발은 분명 있었고, 자꾸 종교적 의미로  여러가지를 해석하려면서도 선선한 선의는 꼭꼭 묶여있는 걸 보며 넘어서지 못하고 그 안에서 뱅뱅돌면서도 자신이 옳다고 느끼는 '인간의 굴레'도 떠올랐다
제사를 빌려 자기 설움을  쏟아낸다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고 말하는게 솔직한 기분이었다고나...
흐음...
정신이 약해지면서도 자만을 놓지못하는 '나이듦'의  한 부분을 보았고 누구에게나 그런 시기가 온다는 슬픔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