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to 2019. 9. 28. 09:14

어제 KIAF 관람에서 지난  2년동안 지켜보던 일본 젊은 작가의 소품을 샀다.
동물의 표정과 분위기를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전체 색감이나 배경도 독특하고 깊이가 느껴지는 그림을 그려내는데 올해 깊이가 더해졌기에 구매.
지난 아트페어 때마다 나름 오래 이야기했기에 얼굴을 보자마자 반가워했다. 그리고 그간 나누었던 내용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고. 역시 일본인스럽다고나. 그는 영어를 못하고 나는 일본어를 못하니 중간에 한.일 통역이 있었는데 그 사실을 잊는지 그가 나에게 자꾸 일본어로 진지하게  이야기. 처음부터 사지는 않고 전시장을 몇 시간 돌아보며 생각하고 결정했다.
10년 넘게 아트페어를 다니다보니 익숙함  때문에 찬찬히 들여다보지 않고 휙휙 지나는 작품도 많아져서 혹시나 제대로 관람하지 않고  있나 싶어 도록을 사서 한구석에서 쉴겸 찬찬히 들여다보는데 옆자리에서 말을 걸어왔다. "그림을 굉장히 좋아하시나봐요."
어리고 예쁜 여자인데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fine art 공부 후 국내에 들어와 디자인 회사에 다니는데 월차 휴가내고 매년 온다고. 이리저리 이야기 나누다보니 이웃 동네 살고 있었다. 혹 작품이 휴대폰에 있냐고 물어보니 국내 학원생에게서 보던 스타일로 독창성이나 깊이는 아직은 없었다. 매일 매일 입장권을 사서 들어오기에 아는 갤러리 관장에게 초대권을 받아주었는데 또 오지랖. 하지만 도움이 되는 일이니.
내 마음에 드는 작품은 갤러리나 경매에서나 살 수 있을거란 어느 관장의 말. 지난 두 달간  현대미술 수업과 지난 주 리움에서 전문 도슨트의 설명을 들어 이전의 안목을 조금 더 높혀준 듯 한데 어제 전시회에서 관람할 때 '가벼움, 아마추어적, 트렌드 따라가기, 신경증적, 시도했음을 보이기, 거기서 거기'  같은 많은 소음이 부딪혀왔다.
어수선한 '작품 장보기'랄까.
작품의 크기, 집에 어울리는지 등을 고려하면 결국 50호 이하의 추상화를 보게되는데 마음에 닿기 힘들다.
내용에 구애되지 않고 수집해서 볼 수있는 전시방이 집에 있으면 하는 바램도 잠깐 해봤다.
페어에서 한 가지 달리 느껴진 점.B관에선 근대미술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작품들이 늙고 시대에 뒤떨어진 분위기. 제대로 된 작품들이야 국립미술관에 있어 그렇기도 하겠지만. 세월을 이기고 지속적인 감명을 주는 작품이 그래서 위대하구나 싶고, 복원의 이유도 알겠고.
새로  산 작품을 서재에 걸기로. 똥오줌  치우거나 산책 시킬 필요없는 '2차원 그림 속에 존재하는ㅡ하지만 그림 속에서 배경이나 볼륨감이 원근감을  잘 표현하고 있어 나름 3차원 공간을 가지고 있다 ㅡ 동물의 모습 속에 들어가있는 친구'와의 대화가 생긴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