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작은 생각들

육신과 정신의 집

opento 2019. 11. 1. 09:01

1년 만에 그녀의 집에 들어갔다.
자신의 집에 오라고 하거나 식사를 준비해서 먹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 같이 모여 이야기하고 나눠 먹으면 즐겁자녀."
그녀가 우리집에 올 때 적용하는 논리이다. 우리집은 1년간 10번도 더 온듯하다.
그녀의 집은 1년 된 새집인데도 제대로 돌보지않아 벌써 우중충한 분위기가 감돌았고 바깥에서 들여다 보이는게 싫다며 불투명 한지를 바른 거실창, 실내창은 그녀를 갇힌 공간에 넣어버린 분위기.
과거 사진들과 종교 아이콘으로 가득 채운 벽도 역시 그녀를 과거에 묶어놓고 현재가 흘러들어 오는 것을 막아버리는 느낌.
위염으로 그간 아프다고 계속 말을 해왔는데 얼굴이 많이 빠져있었다.
한,두달마다 주치의한테 가서 기본체크, 독감, 폐렴주사도 꼭꼭 맞는 등 건강관리가 철저한데 왜 맨날 아프다고 그러는 지.
주위에서 독감을 앓고 몸져 누울 지경이 되어도 본인은 거의 걸리지 않는데...
아픈 종류가 일반인들 하고는 좀 다르다.
나에게 해오라고 한 음식에 비해 자신이 만든 음식의 양이 적기도 하거니와 대부분을 시장에서 사와 놀라기도 했다.
평소에 긴가민가 하는 그녀의 마음씀씀이가 정량화, 가시화되어 보여지는 것. 그녀에겐 그 정도가 정상인것.
부엌  상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닦은 지 오래된 싱크대에서 곰팡이 같은 덩어리에, 주변이 제대로 된 부분이 없었고 밥솥도 씻은 적이 오래 된 듯.
치워주느라고 치웠는데 마음 같아선 하루 날 잡아 근본적으로 청소해야 될 상황.
이런 위생상태에서 위염이 생기지않았을까 의심이 될 정도였다.
아무리 의료적 케어를 잘 받는다해도 청결하지 않으면  기본이 뚫려있는 셈인데.
아침 신문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 고독은 악마의 놀이터이다. 나는 내 외로움과  비탄의 깊이를  설명할 수 없다."
라는 글을 읽다가 그녀의 마음의 집이 고독으로 쌓여있고 육신이 쉬는 집도 점차 돌보지않아 사람도 들이지않으려 하는가...생각이 들었다.
이기적으로 굴면서 의지만 하려할 땐 섭섭하다가도 불쌍해지고...
강한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약해지기 보다는 원래 약한 기질을 가진 사람이 점점 더 약해지는 듯하다.
마음의 집, 육신의 집 둘 다 잘 청소하면서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