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작은 생각들

호텔단상 2

opento 2019. 12. 20. 01:35

멋있어 보이는 새로운 상황에선 처음엔 조금 들뜨기 마련이다.

어제 오후 체크인 후 방안에 들어섰을 때 시야에 밀려들어오는  바다뷰에 압도되었지만 찬찬히 둘러보니 방 내부 시설 자체로는 아주 특별난 것은 아니었다. 침대나 TV, 화장실, 벽장등은 너무도 단순해서 눈이 가지않을 정도인데( 화장실에선 걸레 썩은 냄새같은 악취가 아주 조금 있었지만 다른 것들에 눈을 주느라  느끼지못할 수도 있는 이상한 상황) 독특한 amanity, 소품, 따로 분리해둔 공간에 놓인 덴마크 안락의자와 스텐드 등불로 포인트를 주어 그곳으로 관심이 가게.

방안에서 가장 지대한 역할을 하는 것은 정면의 바다의 드라마틱한 파도이다. 보고있으면 마치 바다가 그 호텔을 위해 몸바쳐 출렁이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뷰를 연출하고 있구나 여겨질 정도. 만약 그 공간에서 바다와 옆의 호수를 제한다면 그냥 유리면으로 둘러싸인 평범한, 재미없는  객실이다. 공간을 최대로 활용하되  절제된 인테리어로 바다로 집중하게 했다.

호캉스를 제대로 하려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기.  높은 곳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gym에서 운동할 때 가슴이 탁 트이고, sauna나 infinity pool에서 보는 바다는 바다와 연결되어 있는 느낌, 책을 읽어도 그렇고.

주변 호텔의 불경기에도   이 호텔은 어떻게 꽉 차있을까 오늘 알아내겠다고 어제 생각했었다. 나름대로 슬슬 보이는 점이; 일단은 대기업 계열사 호텔이었다. 아침 부페 손님들의 모습, 옷차림에서 확실히 알았다. 일반인들이 예약이 어려운데도 50~70만원을 호텔을 쓰지는 않을거다. 직원 디스카운트, 베네핏이 있는 듯. 그리고 크게 4 category에서 일반인이나 직원들이 사용하는 객실에서도 가격대에 따라 층수가 차이났다. (executive 나 presidential suite은 크기나 가격대도 차이나지만) 식당도 일반인들이 먹는 부페와 가격대가 높은 chef's table이 별도로 있어서 처음에 보기엔 멋있는 호텔에서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줄 알고 있으나  돈이나 지위에 따라 차이가 존재하고 있는 것.

직원복지 차원일까, 소유자의 별장개념일까 밑에 흐르고 있는 내막이 있을 것 같다는 ... 차이나는 대접을 디자인했거나 알고있는 사람들이, 모른 채  자신이 특별난 곳에 와있다고 느끼는 사람을 보는 시각은 어떨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골고루 호텔을 잘 이용하고 나오면서 돌아보니 객실이 지난 밤 화장을 했던  여자의 생얼굴을 아침에 본 듯이 여겨졌다. 사물의 core를 들여다보는 훈련을 나는 하고있는 건지. 가까운 시일내에 다시 이곳을 온다면 참신한 느낌이 들지 않을 것 같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여행의 느낌을 줄일 수도. 아주 피곤한 일상 후 조금 지난 후에 오면 즐길 수는 있을 듯. 강원도를 떠나 집에 돌아오며 새삼 느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도시에 모여서 살고있는 지. 그리고 내가 서울의 중심에서 살아가고 있는 지. 그럼에도 집에 돌아오니  참 좋다.

며칠 동안 자연 속에 있었고 몇 시간 전에만 해도 바다가 발 밑에서 출렁거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꿈같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