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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감사하며 감싸며
결혼 초 살았던 곳을 둘러보곤 조금은 슬프고 아련한 마음이 밀려왔었다.
살았던 건물의 층과 장소가 눈에 들어오고, 관리인에게 말하니 들어가서 보게 해주었다ㅡ바퀴달린 장난감 말에 끈을 달아 겨울에 몇 번 왔다갔다 태웠던 복도가 실은 그리 길지않다는.
실제론 아주 작은 firefighters' park,
미시건 호숫가, 어린이 도서관, 고기를 구워 봉지에 넣고 아이의 손을 잡고 걸으면서 이야기 들려주며 한개씩 한개씩 먹이며 걷던 동네길, 이제는 요트가 제법 모여있는 호숫가 해변 ㅡ그곳에서 아이는 플라스틱 장난감 삼매경이었고, 찍어둔 몇몇의 장면들이 추억을 확실하게 해주는데,
ㅡ살면서 다녔던 동선이 기억보다 실제로도 많지 않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사해서 살았던 곳 ㅡ넓은 앞마당엔 큰 나무에 타이어 그네를 달아놓았고, family room과 부엌과 연결된 뒷마당엔 그네, 미끄럼틀 기구를 설치했고, 제법 크고 많은 나무 밑엔 아침이면 부화한 알껍질이 떨어져있던 곳ㅡ전형적인 미국 주택도 가본다면 기억하는 공간보다 더많은 확장을 주지않을 것 같다는.
몇 줌으로 요약할 수 있는 시, 공간을 열심히,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내었구나...
지나온 삶의 일부 시기를 마치 영화보듯 돌아보았고,
그 이후의 삶의 덩어리도 이랬구나 저랬구나
정리해서 볼 수있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현재와 살아갈 삶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인지할 마인드셋이 생길 듯.
가진게 적던 그 시절에는 차로 지나갔던 Lakeshore Dr.의 초호화 고층건물들 ㅡ한국으로 치면 한강뷰 강남건물ㅡ 을 이번에 제대로 경험하고 그 중에서도 핵심, 센터 건물의 고층건물에서 지내고 있지만,
보는만큼 언제나 다 화려한 것은 아닐 수도.
세월이 흐르면서 구름 속에 묻힐 정도의 높은 건물들의 일부가 바람에 삐걱대고 외관이 낡아져가면 소유주의 마음은 어떨까...
바벨탑이 갑자기 떠올랐다.
알맞은 공간에, 땅에 가깝고, 주변이 조용하면서도, 편의시설이 발달된 도심에서 살고있는 곳이 더 나은 듯하다.
(부산의 높은 아파트에 사는 지인이 말했던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알 듯)
내일 오전 한국으로 출국예정.
현재의 삶에 너무나 감사하며,
감싸고 안아줄 마음의 여유를 허락해준 환경도 감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