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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충효길을 따라
일상 & 작은 생각들
2020. 5. 30. 11:14
묘지가 있기 때문에 동작동을 좋아하진 않았다.
동작역에서 내려 가파른 나무계단을 오르다보니 래미안에서 재건축을 맡게된 (오후 늦게 발표) 반포 주공 3주구의 5층 건물들이 보이고 한강, 그 건너도 보이지만 몇 년 후 고층아파트들이 들어서면 이 장면은 볼 수없는 과거가 되겠지싶어 눈여겨 보았다.
그리곤 동작충효길을 따라 걷고 있는 중인데 근처엔 정금마을이 있고 올 들어 처음 듣는 뻐꾸기 소리가 본격적으로 들린다.
잠깐 쉬려앉은 벤치 옆 가까이에서 딱다구리의 나무 쪼는 소리가 마치 나의 골을 텅텅 울리는 느낌.
가는 길 따라 울타리에 장미가 피었는데 장소마다 색이 다른 것으로 보아 산책길 심심치않게 일부러 씨를 뿌려놓은 듯.
국립묘지에 산의 많은 부분을 내주어 좁은 길로 연속되는 서달산은 청계산이나 서리풀 공원처럼 자신의 이름은 잊혀져가고 '동작충효길'이라 불리는 정체성 혼란에 속상할 것 같다.
흑석동의 복잡한 재개발 지역이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서 급한 전화를 받고 중간에 내려오기 까지 하니 산만한 산책이 되어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진 않을 듯.
그래도 서울 동네마다 크고 작은 산을 끼고 있어 삭막함이 덜하고 어떻게 설계하나에 따라 좋은 휴식처가 될 수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