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와 '소유하다'의 사이에서

일상 & 작은 생각들 2020. 9. 28. 04:48

'걷기' 위해서 하는 활동 중 하나가 갤러리 투어이다.
갤러리를 돌아다니며 그림을 보다보면 머리도, 마음도 활발히 돌아가고 힘든 줄 모르고 같이 끌려다니는 다리로 운동도 되니 일석이조.
코로나로 KIAF가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올해 처음 현장을 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각각의 갤러리에서 분산되어 열리고는 있는 듯. 여기저기 가보면 갤러리 후원 작품들을 현장에서 볼 수는 있겠으나 너무 피곤한 일이고 강남, 평창동 시대에 그래도 인사동, 삼청동에 남아있는 몇 개의 갤러리는 한번에 부담없이 돌아볼 수 있어 가끔 가긴 하지만 수준이 아쉬울 때가 많다.
어제는 큰 기대하지 않고 인사동에 역시 산책 삼아 갔는데 갤러리 3 군데에서 나름 새롭고 괜찮은 전시를 만났고,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관심이 갔고 80% 정도 구매의 마음이 또 작동되었지만 참았다.
한번만 다시 생각해보자~하곤 팸플릿을 구매해서 집에 와 찬찬히 들여다보고 인터넷에서 작가와 작품들에 대해 알아보니 '보다'의 선에서 멈추기를 잘 했다 싶다.
인사동 전시에선,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엔 드물게도 거의 전 작품이 팔린 K작가의 경우는 컨셉을 잘 잡아 강하게 어필을 했지만 (무겁지도 얕지도 않게)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우려나올 더 이상의 것이 없었다. 보는 순간이 최고 정점인 작품인 셈.
두 번째 작가는 실력도 탄탄하고 작품에 깔아놓은 스토리도 안정적이고 여유가 있고 들여다 볼때마다 미소를 짓게할 해학도 있지만 시각디자인 전공의 일러스트적인 요소가 강해서 집안을 흔들~할 것 같아 주저되는. 팸플릿이 훌륭하게 제작되어 책으로 보기용으로 만족하기로.
세번 째 갤러리에서 만난 작품은 유명 미술 대학의 교수인데 철학적 시도를 했고 '느끼고 여운이 우러나는 ' 작품이었으나 '사적인 해석으로 사적으로 감상하는 작품들' 종류였다.
항상 느끼지만 좋은 작품이라 해도 집에 걸 때 집안분위기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는 것. 그래서 결국 추상화를 선택하게 되는 것 같은데 내공이 느껴지면서 내가 좋아할 작품 만나기도 쉽지않거니와 그런 작품은 가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작품에 빠지면 구매 문턱까지 가는 경우가 많아 말리면서도 같이 갈등하며 사고싶어하는 남편이라 내가 조심해야한다.
이제 '보고 마음에 영상 쌓기'로 끝내는 훈련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