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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겨울 속으로
한적한 국도를 지나는데 은행잎이 우수수 쏟아져 내린다. 봄바람에 휘날리며 떨어지는벚꽃과는 달리, 수직선으로 후두둑 내려앉는다.
흠... 가을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음을 절절히 느끼게 해준다.
집안 어른 한 분의 이장을 하고 있고 내일은 선산에 세 분의 평장 작업을 할 예정.
한없이 파란 하늘에 구름도 평화롭게 펼쳐진 날이라 옮기는 분이나 새로 가까이 자리잡게 되는 분들이나 모두 평안한 마음으로 잔잔히 받아들이실 듯.
두 분과는 살아 생전 추억이 있어 지난 날들이 떠오르면서 꿈의 장면인 듯 느껴지고 있다. 더불어 나도 밟게될 이 길에 대해 인생공부 시켜주시는 중이구나 생각들고.
근처에서 개장하던 집은 가족,친지들이 많이 왔는데 머리카락이 보인다고 반가워하며 관을 들여다봤다. 복많은 고인이다.
파묘를 잘못해서 자손이 해를 입었다는 말도 있는 등 조심스럽게 여기는 일이나 요즘은 돈을 주면 모든 절차를 깔끔히 대행하고 가족들은 간간히 옆에 서있으면 되니 편한 세상이다.
입관 때 마지막 인사시 만져보았던 차거운 느낌이 어렴풋이 기억은 나나 개장 후 볼 용기는 없어 멀리 있었다.(친부모님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일하는 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오래 해온 일이라 그냥저냥 하나보다 생각했었는데 일을 맡은 사장님 말로는 시신이 완전히 썩지않은 경우 관을 열었을 때 고였던 가스에 몸을 상하는 경우도 있고 시신을 수습하면서 옷에 배이게 되는 냄새가 며칠을 간다고 한다.
이장 며칠전 밤엔 잘하는 일인가 신경이 쓰여 입이 부르트기도 했지만 지금은 마음이 편하다. 실은 겁도 나서 로마여행시 언니가 사다 준 묵주를 손에 꼭 쥐고 따라다니고 있다.(생전 묵주기도 드리지않다가 말이다.)
일을 진행시키며 단풍이 물든 산을 따라가니
깊어가는 가을 저쪽에 겨울이 와있다.
세 분도 아름답고 차분한 계절에 자리 잘 잡으셔서 평화로운 겨울의 동면에 드시기를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