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선비촌에서 숙박 중

일상 & 작은 생각들 2020. 11. 1. 02:53

잠자리가 까다로운 편이다.ㅡ깨끗한 침구에 조용하고 쾌적해야 되는.
새벽 7시 즈음부터 평장작업을 시작한다 하여 가까운 곳에 숙소를 정하다보니 영주선비촌 한옥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중.
한옥스타일 숙소에서 지내보긴 처음이고 산사에서 템플스테이도 해보지않아 낯선 스타일 숙박을 하고 있는 셈.
침구가 깨끗치는 않고 (베개시트도 몇 번 쓴 상태인 듯) 방안에 강한 냄새의 인공향을 들여놓아 머리가 빙 돌아 방밖에 내놓았다. 피곤한 옆지기는 온갖 코골이를 구사하고 있고, 한옥 한 채당 공동으로 쓰는 화장실 두 군데(마당에 있음)엔 사람들이 간간히 오고가고.
해가 빨리 져서 저녁 8시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직도 새벽 2시반. 몇 시간만 더 버티자 하며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재즈스타일 크리스마스 캐롤을 듣고있다.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에 받았던 선물, 케익, 명동성당으로 밀려가던 인파 속에서 아버지가 사주셨던 과자, 성당매점(성물판매소)에서 사달라고 졸랐던 하얀 천사인형 등의 추억들이 떠오르고 있고 아이들 키울 때 크리스마스 트리 세우던 기억, 산타노릇을 아이들 중학생 되도록 하던 장면들이 줄줄이 소환되어 잠은 달아났어도 견딜만하다.
여러 곳의 이름있는 오래 된 한옥들을 분해해서 이곳 선비촌에 옮겨와 조립했다는데 나는 겁이 많아 오래 전에 누군가 살았거나 썼던 집, 물건을 좋아하지 않다보니 이곳에서의 숙박이 좋지는 않다. 아무래도 살아온 의.식.주 스타일이 서구식으로 맞춰져 있어 그런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