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프로젝트

카테고리 없음 2021. 1. 13. 16:21

작년 11월에 처음 모인 그룹에서 최연장자인 70세 할머니. 첫모임 결성시 한번 대면했었고 이후는 줌으로 회의를 했는데 과연 그룹의 일을 따라올 수 있을까 의아했었다.
웃음 치료사, 이야기 읽어주기 등 14개 자격증을 땄다는데 일상에서 시니어 모델, 작은 규모의 홈쇼핑 광고 등에도 출연한다고. 그룹 프로젝트에 꼭 필요한 기술적인 면은 거의 없으셔서 계속 따라오실까 걱정도 되던 분이다. (따로 도움을 받고 있는 중이라고는 한다.)
어제 두번 째로 개인적으로 만날 일이 생겨 이야기 나누다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긍정적이고 활발했는데,돌발상황이 발생.
별다른 생각없이 바깥 어른이 계신지 물어봤었다.(에이고 요 조동이!ㅡ그간 줌 화면 상에서 딸, 손녀만 비치고 다른 식구에 대한 언급도 없는데다 다변에 비해 남편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서)
잠깐 멈칫 하시더니 거짓말을 할 수 없어서 그간 아무에게도 하지않은 말이지만 한다고ㅡ3년 전에 사별하셨다고. 너무나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3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하시며 눈시울을 붉히셨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너무나 죄송해서 쩔쩔 매는데 나도 눈물이 났다.
그 이후 들려주신 말; 호적신고가 3년이나 늦어서 실은 73세라고. 와! 대단하다 싶었다. 그 연세에도 생활 속에 뛰어들어 참여하다니.
남편이 죽고나서 깊은 우울증에 빠져있다가 이러면 안되겠다고 찾아 나선 것이 웃음치료 등등. 3년 간 자격증을 14개(비록 비슷비슷한 분야이긴 해도)나 땃다고.
겉으로는 웃고 활발하고 긍정적이지만 혼자 있을 땐 어떨 땐 너무나 슬프고 외롭다며 다시 흐느끼셨다. 나보고 남편 살아있을 때 서로서로 위하고 잘 하라고.
마음이 짠 해와 한참 더 위로 드리고 헤어졌다.

대학교 때 대강 읽었던 T.S Eliot의 황무지에서 거꾸로 매달린 마녀가 원하는 것은 죽음이라 했을 때 영원히 사는 게 지겨워서라는 해설과ㅡ얼마 전 김형석 교수님이 나이 들어도 할 일이 있고 남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점이 있어야 살아갈 의미가 있다는 글을 읽었을 때ㅡ노후의 삶이 참 지루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요즘 주위에서 나이든 어른들을 보니 취미생활, 강의 듣기도 하면서 동년배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마음맞는 사람들과 social network를 만들어 서로 정서적으로 도움주고 도움받으며 살아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젊어서 가족을 부양하는 일이 끝난 후 경제,사회적 중추 역할이 끝난 후,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거나 귀찮은 존재라 여겨지고, 자신도 삶의 의미를 찾지못하면 우울증, 부정적으로 되겠다.
변화의 단계에서 근본을 들여다 보고 의미를 찾아 설 수 있어야 삶의 의미가 지속될 것이다.
그럴 때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는 것은 참으로 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얼떨결에 할머니를 울렸지만 서로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죄송한 마음이라 카톡을 보내려 했으나 눈이 온다고 전화걸어온 지인과 오래 통화하는 사이에 할머니께서 먼저 보내온 문자 중 일부ㅡ

<겨우겨우
집에 막 도착 했어요
선배언니집에서 점심도 따끈하게 먹고 오다보니 졸면서 막힌길을 수월하게 올수 있었던것 같아
감사한날이네요
이래서 더
사람을 알게 되고 그런거죠
세상뜨는게 죄도 아니고 숨길일도 아닌일인데 털어놓는게 쉽지가 않아서 물어보지 않으면 가만 있는편인데
오늘 그렇게 됐구려!
그래도
같이 잠깐이래도
속마음 털어놓고 얘기할수 있는 기회가 되서 좋은시간이었어요~
사람은 항상 좋은자리에만 머물러있는게 아니라서
누구든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거랍니다
잘 슬기롭게 대처해나가야하고 또 지혜롭게 극복 해 나가야 하는것 같아요

맘 쓰지마시고 편하게 마음 갖으세요
고맙고 감사해요
또 나의 일면을 내자신이 볼수있어서 좋은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