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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 깨기
그녀와 통화 중 지나가는 말로 새 아파트로 이사가고 싶다는 말을 해서 깜짝 놀랐다.
젊은 시절 수녀원에 들어갔다가 40살에 환속했고 고등학교 교사로 은퇴한 그녀.
그녀 삶에서 세속적인 변화를 보게될 것 같다.
옷이나 꾸미기에 전혀 관심을 두지않고 자신이 두는 가치는 그런 곳에 있지않다고 살아와서 겉모습으로 무시당하는 경우도 많았었다. 심적으로 통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유산과 근검으로 모아둔 돈, 연금, 집이 있어 경제적으론 안정되어 있는데 어찌보면 게을러보인다 싶을 정도로 자신을 돌보지는 않았다.
같이 간 여행 5박6일동안 샤워를 하지않아 놀랐는데 몇 달전 전신에 피부발진이 일어나 응급실까지 갔던 원인 중 집안 청소가 되지않거나 부엌이 너무 더러워 때가 끼고 벌건 곰팡이가 가득하고 세탁되지 않은 옷을 계속 입었던 것도 원인은 되었을 듯.
대대적 청소와 침구바꾸기 내다버리기를 통해 요즘 그녀 집에 가면 훨씬 나아졌다.
혼자 살아 자신 안에 갇혀 오랫동안 자기 스타일을 고수했다.
집에 오는 것을 반기지 않았지만 밀고 들어가고 밖으로 데려나오고 같이 여행하면서 안정감을 느낀 듯하다.
베이비 알파카 코트와 작은 밍크 목도리를 주었더니 그런 스타일의 옷은 처음 입는거라 너무 좋아했다.
그리고 새로 이사들어오는 옆집의 리모델링을 지켜보더니 더 나이들기 전에 오래된 가구들을 다 버리고 새것으로 바꾸고 싶다고 했다. 근처의 같은 평수의 새 아파트로 이사가고 싶다고 하기에 지금 아파트도 4년 된 새 것이니 리모델링하면서 도배, 가구, 등을 새로 잘 선택하면 된다고 하니 그러고 싶다고.
살다보면 큰 심경변화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게되나본데 그녀의 경우는 내가 보기에 엄청난 변화이다. 스토아적인 삶을 살다가 속세의 삶으로 나오는 모습.
그녀를 지탱하는 기도와 신앙생활 만으로 이루어진 삶에서 세상으로 발을 내디디는 것.
자신을 위해 좀 풀어놓는 모습이 다행이다 싶기도하다.
오랜 세월 굳건하게 지키면서 허영이나 속이 비었다고 남을 생각하던 틀을 깨는 것 같다.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고 톨레랑스의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