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횟수 변천사

카테고리 없음 2021. 2. 14. 10:02

처음에는 구정, 추석, 시사를 포함하여 기제사를 더하면 집안에 1년에 총 9번의 제사가 있었다.
외국에 있는동안엔 시어머님이 주관하셨고 이후 점차 물려받아서 7번의 제사를 지냈었다.
5번의 기제사를 3분, 2분 중 대표기일로 두번으로 줄인 것이 3 년전. 일년에 구정,추석 포함 총 4번으로 줄어들어 훨씬 편해졌었다.
기존 시스템이 사라지지 못하도록 9번을 고수하려는 시숙,시숙모들의 은근한 압력도 있었으나 시부모님 살아생전에 7번으로 줄여주셨고, 꽤 오랫동안 지켜오다가 4번으로 줄인 것.
노인들 거동도 불편하시고, 점차 촌수도 멀어져 5촌에서 7촌 등이 되니 직계가족이 주로 참여하는 가족규모가 되어 이번 구정과 그 다음 날 연이은 기제사를 지내면서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의논하고 결정한 일; 이제 구정 제사와 추석 제사만 지내고 시부모님 기일에는 모여서 외식하며 이야기 나누자고.
우와~ 드디어 최소 횟수로 줄어들었다.
그간 제사를 드리며 불만을 가지진 않았었다.
집안 청소 깨끗히 하고, 이부자리도 빨고, 한 자리에 모아놓고 맛있는 음식 먹게하고, 이야기 나누며 정들게 하며, 돌아가신 분들 기억도 하는 자리를 만든다는 생각.
그런데 작년 즈음부턴 좀 힘이 들기 시작. 신체적으로 힘든 점도 있지만 구조적으로.
며칠 전부터 70% 이상을 미리 준비해둔 상태에서 길게는 2~3일동안 와서 머무르는 동안 엔터테인까지 하다보니 끝나곤 입술이 부르트고 몸살이 왔었다. 돌봐주고 음식이 계속 나오니 더러는 가지않고 2~3일씩 있기도 하고.
같이 있어 예쁜 대상이니 즐거운 마음으로 했지만 뭔가 시스템을 바꿔야하는데... 생각 중에 남편이 제안해서 반가웠다.
옛말에 따르면 집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복이 들어온다던데 일하는 사람은 점점 힘들어지고 누리는 사람은 부담없이 편한 구조는 불합리하지 싶다. 어제 오후 2시에 와서 저녁 10시에 돌아갈 때 까지 돌아가신 시어머니의 시집살이, 희생에 대해 분개하는 시누이와 남편의 옛날 회고도 듣고, 내가 몰랐던 이야기들도 들으며 (시숙세대들이 참여하지 못했으니 그 다음 세대들의 발언권이 세어진 것) 윗세대들이 구조적으로 여자들(특히 주부)을 어떻게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옭아매었나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고나.
어제 기제사가 나름 마지막 기제사인 셈인데 (한번 더 있을 증조부모 기제사는 우리 식구끼리만 지내니) 밥을 먹으며 음식들을 주욱 둘러보니 (scan) 그간 만드느라 바빴었는데 나름 정성과 노력이 엄청 난 것이었구나 새삼 느꼈다.
단순해서 그런지 세월이 지나야 우직했었구나~하고 알게되는 점이 많다.
집안의 어른 노릇하기도 배우며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무난한 어른, 이기적 어른, 뺀질한 어른 등으로 될 수 있겠다.
자신은 편하고 부리기만한 어른 주위엔 희생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