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지만 5% 서늘함이

카테고리 없음 2021. 6. 17. 00:40

낮에 피곤했었나보다.
기분좋게 낮잠 좀 자고 뒹굴며 유튜브까지 보다보니 말끔한 상태이다.
일을 하려 서재에 앉아 선풍기를 틀까하다 창문을 여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들어 왔다. 산 근처에서나 느낄 수 있는 청량한 바람이.
흠! 어릴 적 초여름 밤을 떠오르게 하는.
청량한 가운데 5% 얼음이 섞여있는 듯한 차거움도 느껴지는데 오늘 접한 슬프고 약한 마음 탓도 있지 싶다.
O할머니와 통화하다 그분의 여린 마음을 보았다. 3년 전 사랑하던 남편과 사별한 후 우울증에 빠져있다가 그러면 안되겠다 싶어 여러 활동을 하며 꿋꿋히 살아나가시는데 그간 모임에서 알게모르게 모임에서 마음을 다쳤었다고.
열심히 기도하며 자신을 추스리고 명랑하게 사시지만 어느 순간 엄청 외롭다 했는데 아무래도 세대차가 나다보니 사고방식이 다르긴하다.
그 분이 어떤 행동이나 말을 할 때 이해가 되는데, 모임의 다른 사람들은 그분이 혼자이신 걸 모르기 때문에 좀 튀는 언행을 하면 배려없이 무시하는 듯한 사람도 있었나보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도 지탱하기 버거워 쉽게 남을 무시할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딸,사위,손주들과 같이 살아 그나마 다복하시네 생각했었으나 이젠 힘이 부친다고 하시니 아마 딸네 살림을 꽤 맡아 하시는 듯.
실제로 만나 붙잡고 같이 오래 이야기하고 싶어하셨으나 오늘은 전화통화만 길게 했고 보내준 사진들(작업에 필요한)속 40대의 그녀는 너무나 고왔다. 그렇게 젊은 시절, 고급 공무원이었던 남편과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알콩달콩 살았던 시절을 돌아볼 때마다 많이 슬프겠다 싶었다.
그리고 오후의 또다른 그녀.
독신인 그녀와 함께한 나들이에서 그녀가 무척 즐거워하고 조금씩 틀에서 벗어나오는 모습이 느껴져 좋았다.
내가 잘 나서가 아니라 조금 더 젊고, 옆에서 서로 잘 도와가며 사는 남편이 있어 그들보다 안전한 환경에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나도 혼자 남거나 먼저 떠나게 되겠지만.
각자의 집에서 같은 밤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 두 분들의 마음이 외롭지않고 평화롭기를 바래본다.
아까보다는 바람이 덜 차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