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빠진 빈자리

카테고리 없음 2022. 3. 31. 23:32

친정부모에게 돌봄과 관심을 많이 받고 자랐다.
부모님들의 노후가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었고 친인척이 많지는 않아 오로지 나와 내 가족에 대해 집중적인 케어와 관심이 많으셨다.
외국에 있을 때에도 이웃들이 감탄할 정도로 부모님들은 나와 내 가족들에게 지극 정성이셨다.
그렇게 자랐기 때문에 그게 보편적인 부모님의 사랑인 줄 알았었고 나의 자녀도 그렇게 키웠다. 어쩌면 과잉이었을 듯.
아이들이 자리잡은 후에는, 점점 물러나다가 도와주고 싶어도 참고 지켜보는 경지까지 갔는데 자발적으로 그렇게 했다기보다는 상황이 먼저 있었다.
그런데 내가 개입하지 않아도 다들 잘 해낸다.
이번에 처리한 일의 결과를 보면 그 누구도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지않았고(아주 중요한 한 가지 부분은 조용히 백업) 예전에는 몰랐었는데 내가 1에서 10까지 너무나 돌봤다는 걸 알게되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동안에도그랬듯이 관심을 끄거나 지원을 하지않았고 거리를 두었었다. 나머지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면서 내가 애쓰는 모습을 보았을거고 건건히 알아서 쫒아다니니 이용하기 좋았을 것이다.
언젠가부터는 나도 느끼고 깨닫는 바가 있어 되도록 객관적 거리를 유지했다.
그러다보니 예전이었다면 내가 들어갔을 부분이 많이 보이고 내가 들어가지않아 그 부분들이 뻥뻥 뚫려있음도 알겠다.
하지만 불편하고 조금 힘든 부분이 있을 따름이지 결국 알아서 해내는 걸 보고 자주적으로 키우기 위해선 뒤로 물러나라는 말이 맞는구나 깨달았다.
독립적일 수 있는데에도 내가 도와주면 편리함은 느끼지만 감사보다는 의존, 기대만 키우게 되고 계속 해주지 않을 땐 제법 긴 시간동안 섭섭함을 느낀다는 것 알게 되었다.
좋은 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