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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의 소리
며칠 전 다녀온 길을 친구들과 또다시 다녀왔다.
수시로 다니는 길인데 친구들은 10년 만에 왔다고도 하니 서울 살아도 다니는 반경은 정해져있는 셈.
서울 걷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2년이 넘어가니 가본 곳이 점점 늘어난다.
큰 변화는 아니더라도 소소한 견문이나 생각의 공간이 조금씩은 늘어나는 듯도하고.
길을 갈 때 앞서 걸어가는 성격은 아니다.
중간 즈음 걸어가는데 나서기도 싫고 뒤쳐져 바쁘게 따라가는 것도 힘들어서.
그런데 오늘 친구들은 무척 느렸다. 평소 나들이가 집근처 산책 정도여서 그런 듯.
본의아니게 오늘 길안내자가 되었다.
길을 걸으며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에게서 인생의 조각조각을 배우는점이 크다. 특히 힘들고 피곤할 때 나타내보이는모습이 현재의 됨됨이를 보여주고 있는데 좋은 모습은 배우고 아닌 경우엔 슬쩍 뒤로 물러나 관망.어떻게 그 상태를 벗어나나 보면서.
타인지향적인 사람의 나이스한 상태를 보았고ㅡ친절이다.
얼굴이 벌개지며 피곤한 짜증을 부리는 모습ㅡ나에게 내는 것은 아닌ㅡ자기 통제가 안되는 수준까지 도달했는데 옆에서 보다 슬쩍 얼굴을 돌렸다. 아픈 사람이 걸으면 힘들어 내는 표정과 마음이 드러나는 약한 모습. 애쓰고 노력해도 그런 모습은 결국 드러나는데
그래서 나이들어가며 약해지는 모습은 슬프다.
집에 오다 마주친 H. 눈에 감지될 정도로 얼굴을 떨었다. 눈과 뇌쪽에 문제가 있다고 누가 말해줬는데 심해지는 듯. 교수를 했고 상을 받았어도 정신적 불안을 평생가지고 사는 듯 하다.
현재 삶이 너무나 피곤해서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여행을 가자는 H와G.
자신들의 불안과 피곤을 푸는 계기로 여행을 가자고 하는건데 그 와중에 들어갔다 나오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인생을 같이 살아나가는 정리의 장이 아니라 let out의 장이라.
그래서 침묵 속에 산티아고 길을 가나보다.
계절이 바뀔 때 대청소도 좋지만 매일 조금씩 정리가 되면 편하듯이 마음도 매일 다스리며 살아가는게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는 듯.
피구하듯 네가티브는 잘 피하고 포지티브는 잘 받아들이며 지혜롭게 살아가야. 좋은 것만 취한다는 뜻이 아니라 배울 점을 깨닫는다는 의미.
힘들 때 나를 포함, 우리가 가진 그릇의 소리의 내게 되는데 점점 청아한 쪽으로 가도록 마음 수련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