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을 밟고 나서

카테고리 없음 2022. 10. 8. 22:09

오전에 양재천 황토길을 5 명이 같이 걸으며 촬영을 했었다.
열심히 촬영을 하며 앞으로 나아가는데 운동화와두꺼운 양말을 신은 발 밑에 뭔가 밟히는데 뭉클딱딱했다. 탄력있는 속이 찬 고무호스를 밟은 느낌이랄까.
뭐지? 하고 내려다본 순간 굵은 가래떡 크기에 식탁 매트 크기(둥그런 모양이었다)의 뱀이 있었다.
큰 일이 났을 때 이상하게 비교적 침착해지는 편이라 그와중에 촬영하려고 카메라를 들이대니 어찌나 빨리 쌓아놓은 돌틈 사이 구멍으로 도망가는지.
양재동에 오래 산 3 명이 산책하다 나비가 손에 날아앉은 것도 신기하다 여겼는데 뱀을 밟았다고 너무 신기해하더니 오늘 내로 복권을 사라고 난리들.
5개를 사서 현장에서 이야기를 들은 자기들과 한 장씩 나누어 그중 누가 당첨되면 똑같이 나누자는 등.
모든 일이 끝나니 오후 5시.
집에 연락하니 남편이 산책 삼아 나가서 로또 사자고. ㅋ 이런.
만원어치 사고 외식, 집에와 나는 씻고 남편이 방송 지켜봤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전부 꽝이란다.
뱀에게 물리지않고 뱀도 도망갔으니 서로 잘 된 일이라고 운 좋다고 처음부터 생각했었는데(뱀은 침을 맞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몸무게의 반  정도는 실려 밟혔으니) 요행을 바라는 사람 마음이란게.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아본 남편도 뱀을 밟아보진 못했다고 한다. 잡아서 가지고 놀기는 해봤다는데 믿을만한 말은 못되고.
얼떨결에 모르고 밟아서 그렇지 미리 발견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세상 제일 싫은게 뱀인데. 그래도 아마 카메라를 들이댔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