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그림자(artist)

카테고리 없음 2009. 2. 17. 18:41






                   이번 여름  아를의  론 강 둑에서 건너편을  바라다본 풍경.


 
 

 






 

1889년.

그는 머리 위에 촛불을 세워 놓고 근처 어디에선가   그림을 그렸단다.

이곳을 찾는 이 누구나 그의 그림에 나타난  장면을 기대하고 강변에 서게 될 텐데...

별이 제일 아름답게 빛난다는 9월이 아니어서인지  아니면 공해 때문에 인지

그림 속의 소용돌이치듯 황홀한 별빛은 주변에서 볼 수 없었다.


 

아쉬움에 왼쪽으로 눈을 돌리니 상상을 하며 위안을 얻으라는 듯

색색의 등을 밝혀놓았다.




 

오른쪽에선 무엇을 볼 수 있을까...?

두리번거리니 호화스런 선상 파티의 음악과 웃음소리가 무심히 들린다.


 

다시 둑 아래를 내려다보다 가슴이 철렁하면서 ‘아...!’ 소리를 내게 되었다.

100년도 넘은 시간차를 넘어서도 아직 존재하고 있는 초록부분.

지금은 돌로 만든  견고한 제방이 막고 있지만

그 옛날엔 흙 둔덕으로 자유롭게 강가로 내려  갔을  곳.

그의 그림 속에서 술 취한 남녀가 있는 위치.

 아주 조금 흔적만 남아있어도 분명 그 지점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서있는 이 곳에서 그는 촛불을 머리에 세우고

그림을 그린 것이다.






 




<테오에게...

나는 지금 아를의 강변에 앉아 있네...

욱신거리는 오른쪽 귀에서 강물 소리가 들리네.

별들은 알 수 없는 매혹으로 빛나고 있지만

저 맑음 속에 얼마나 많은 고통을 숨기고 있는 건지...

두 남녀가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고 있다네

이 강변에 앉을 때마다 목 밑까지 출렁이는 별빛의 흐름을 느낀다네.

나를 꿈꾸게 만든 것은 저 별빛이었을까.

별이 빛나는 밤에

캔버스는 초라한 돛단배처럼 어딘가로 나를 태워 갈 것 같기도 하네

테오, 내가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

타라스콩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듯이

별들의 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죽음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네.

흔들리는 기차에서도 별은 빛나고 있었다네.

흔들리듯 가라앉듯 자꾸만 강물 쪽으로 무언가 빨려 들어가고 있네...

강변의 가로등, 고통스러운 것들은 저마다 빛을 뿜어내고 있다네...


심장처럼 파닥거리는 별빛을 자네에게 보여주고 싶네..

나는 노란색의 집으로 가서 숨죽여야 할 테지만, 별빛은 계속 빛날 테지만.

캔버스에서 별빛 터지는 소리가 들리네...


테오,


나의 영혼이 물감처럼 하늘로 번져갈 수 있을까?

트와일라잇 블루, 푸른 대기를 뚫고 별 하나가 또 나오고 있네.>



 

아를에서 그의 자취를  따라 가다보니

다리 밑 물의 흐름, 빨래하는 아낙들, 지천에 흐드러지게 핀 해바라기,

자신의 방, 의자, 건물, 밤하늘, 카페, 주위 사람들...

모든 것에 따뜻한 눈길을 주었으나 돌아오는 눈길을 얻지 못한 천재를 보게 되었다. 

그림 속에서 우리로 하여금 멀리 별과 하늘을 보게 하지만

그는 아주  가까이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촛불을 머리에 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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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8월 6일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