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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날아라 잠자리
어느 오후 가을 나들이에서 만난 잠자리들
그림자가 마치 또 한 쌍의 날개인 양 아름답기에 눈길을 주다가
난데없이 그들의 은밀한 향연을 보게 되었다.
어린 시절 한번 본 적이 있던 동네 멍멍이들 사이에서 일어났던 광경을
이런 작은 곤충들도 하고 있구나. ‘찰깍찰깍’
가까이에서 오래 사진을 찍어대는 것이 끝내 못마땅하였는지
둘이 한 몸인 채로 휘이~날아 담장 넘어 나무 뒤로 사라졌는데
쫒아가던 눈 속으로 하늘 가득 잠자리들이 들어왔다.
저렇게 많은 것들이 한 배에서 태어나
형제끼리 사촌끼리 또 팔촌끼리 또 ?
웅웅 날아다니는 잠자리들 일이 조금 걱정도 되었다.
(참 쓸데없는 ......)
꽃밭에서 만난 또 다른 잠자리는
날아가 버리지 않고 떡 버티기에 요리조리 관찰해보니
‘ 투명’하다고 생각했던 날개는 여기저기 얼룩도 많거니와
너덜~너덜~ 찢어진 곳도 많았다.
그러고 보니 날개 끝이 성치 않은 잠자리들이 주위에 상당히 많았다.
그저 짝이나 짓고 먹이나 구하러 다니는 일이 잠자리 일생이라지만
더러워지고 찢어진 날개들이 웬 지 지하철에서 흔히 보게 되는
-무릎은 불룩하니 튀어 나오고 담배 냄새가 배어나는 양복을 입은-
지친 월급쟁이들의 모습을 연상 시키면서 인간의 삶도 잠자리의 삶을 닮아 가고
있지 않나 가우뚱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