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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心氣)
대화와 관련된 생각을 하다가 조금 전 떠오른 단어 ㅡ심기(心氣).
뒤늦게 돌아보게된 단어이지만 생각이 잘 응축된 말이구나 싶다.
여러 명이 모이면 자신들의 말(언어)그릇들을 꺼내놓게 되는데 살아온 결과물이 보여지는 것.
누군가는 신나서 이야기하는데 상대방은 반응없이 그 자리에 그냥 있는 상태라면 화자는 한번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상호교감이 되지않고 있으며 상대는 참아내고 있는 중이라는 걸.
대표적인 예가 나이든 분이나 지루한 상사의 그렇고 그런 말을 자리를 뜰 수 없는 더 어린 세대가 견디는 중.
같은 세대라도 경험치나 사고방식, 생활방식이 다른 경우에 또 그렇고.
누군가와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도 그만큼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Y가 그런다.
입근육을 움직이고 발성을 하여 뜻을 전달하는 인간의 행위는 대단한데 적절하게 말을 조절할 수 있는 filtering 기능은 진화 중 인지 나이와 더불어 그냥 퇴화되는 것인지.
스피치 강사인 K라는 분이 치매라는 상황ㅡ그냥 어쩌다 들으면 재미있기는 하지만 굳이 찾아서 듣고싶지 않던 예측가능한 내용을 말하던 그 분ㅡ은 인지기능은 계속 발달이 아니라 점점 퇴화될수도 있다는 예이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을 하고, 조용히 하고, 들어주고, 내 마음의 기운이 쉴 수 있게 하고 ㅡ그래야 다 편하다.
생존을 위해 원치않게 떠들 수도 있겠지만 그 순간에도 중심을 잘 잡아야.
대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서로의 심기가 불편해지지 않도록 우리는 자신의 말 그릇을 정돈할 필요가 있는듯하다. 그렇치못하면 그릇들이 깨져 사금파리들만 가득 지니게 될터니.
모두 조용히 자신의 방에서 쉬거나 일을 하고 있는 지금, 서재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볕에 나의 심기는 편하다.